워크아웃 개시로 협력사 줄도산 사태 등 모면
道건설업계 “위기 잘 넘기면 정상화 빠를 것”
예비입주자 등 “한숨 돌렸다” vs “불안 여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이 채권단 대부분의 동의를 얻으며 개시가 공식 확정됐다. 경기도 건설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도내 시공능력평가 2위에 이름을 올리는 업체인 만큼 위기를 무사히 넘기길 염원하고 있다.
12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 관련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안건에 대한 결의서를 전날 자정까지 접수한 결과, 동의율 96.1%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됐다. 지난달 28일 신청 이후 보름 만에 워크아웃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포함한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는 오는 4월 11일까지 3개월간 태영건설의 금융채권 상환을 유예한다. 이 기간 외부전문기관을 선정, 자산부채 실사도 실시한다. 태영건설 정상화 가능성이 인정되고 대주주 및 태영그룹이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한다고 판단하면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 개선 계획을 수립, 협의회에서 의결한다. 기업 개선 계획에는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 금융채권자의 채무조정 방안, 신규자금 조달 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최대 관건 중 하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이뤄진 사업장 처리인데, 각 사업장별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사에 돌입했고 분양까지 끝낸 사업장은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아직 삽을 뜨지 않은 현장은 사업성 등을 검토해 시공사 교체 등의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태영건설의 PF 대출 사업장은 전국 120곳가량이며, 경기도내 사업장은 50~60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근 도내 일부 사업장에서 불거진 하도급 업체 임금 체불 논란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실사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견되거나 자구안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가 없다면 4월 진행되는 2차 협의회에서 산은 주도로 경영 정상화 계획을 확정한다.
이번 워크아웃 개시 결정에 따라 협력사 줄도산 사태 등 우려하던 사항들에 대해 급한 불은 껐지만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도내 건설업계는 속히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 경기도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되거나 해서) 법정관리로 넘어갈 경우 협력업체 등에 대한 파급 효과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무리한 사업 확장에 금융시장 경색이 더해지며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 사업을 잘하던 건실한 업체이기에 이번 위기만 잘 넘긴다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공사 현장과 관련, 예비입주자 등 사이에서도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태영건설은 용인8구역, 의왕오전나구역 재정비 사업을 비롯해 신축 아파트 조성 등 다수의 공사를 경기도내에서 진행 중이다. 이날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알려진 이후 안양·의왕지역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부디 조성 중인 아파트를 잘 짓길 바란다”는 반응이 다수 제기됐다.
다만 공사 진척도와 사업성 여부에 따라 시공사 교체 등이 추가로 이뤄지면 사업이 예정보다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착공·분양을 진행한 단지는 공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에도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는 예비입주자들도 적지 않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날 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후속 절차 진행 과정에서 근로자와 협력업체, 수분양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세심하게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