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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포디움의 새 주인 김선욱이 12일 경기아트센터 신년음악회에서 첫 지휘봉을 잡았다. 2006년 만 18세에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이자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뒤 국내외에서 화려한 연주 경력을 쌓아 온 스타 피아니스트다.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지휘를 전공했지만 지휘 경력은 소박하다. 2021년 1월 KBS 교향악단 지휘로 데뷔했다.

김선욱은 8일 서울 한 호텔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시작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며 "계속 발전해 나가는 데 의미를 훨씬 많이 두기에 기대해주셔도 좋다"고 밝혔다. 지휘 역량에 대한 음악계의 우려를 의식한 소감이었다.

경기필은 1997년 창단한 경기팝스오케스트라를 2003년 경기도립오케스트라로 승격(?)해 오늘에 이른다. 금난새, 구자범, 성시연, 마시모 자네티 등 역량있는 지휘자들이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2016년엔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해 화제가 됐다. 대개 4년인 임기 중 금난새는 단원들과 오디션 갈등을 벌였고, 구자범은 단원의 성희롱 무고에 2년 만에 사표를 던졌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는 마에스트로와의 오랜 호흡으로 독보적인 스타일과 선율을 이어간다. 카라얀은 베를린필을 30년 지배했고, 오자와 세이지는 29년을 보스턴심포니에서 보냈다. 주빈 메타는 LA필(16년)과 뉴욕필(13년)에서 장수했고, 끝이 안좋았지만 정명훈은 서울시향을 10년 지휘하며 오케스트라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필만의 선율을 만들기엔 지휘자 교체가 너무 잦았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는 절대적이다. 무티나 주커만이 몇 번 지휘한 것만으로도 경기필의 수준이 격상한 이유다. 영국 버밍엄시립오케스트라는 25살 사이먼 래틀이 18년을 지휘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래틀은 마에스트로 반열에 올랐다.

잦은 지휘자 교체는 경기필이 아직 진정한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경기필이 아트센터에 클래식팬들을 부르는 독보적인 사운드를 보유했는지 의문이다. 지휘자마다 서울 평단과 관객 앞에서 인정받으려 애쓰는 수준으로 보인다. 김선욱도 첫번째 마스터스 시리즈를 예술의전당에 예약해놓았다.

30대 김선욱과 20년 경기필에게 마에스트로와 오케스트라 명가로 성장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길 바란다. 물론 김선욱에게 감당할 역량이 있어야 할테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