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53개 30년생 나무숲 사라져
충실하지 않은 내용 값 책정도 문제
정책·비전 독자 도움되는 출판되길
자기 모순 정치인에 미래 맡긴건가
정치인들의 출판은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새롭게 정치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활동 경험을 통한 정책구상과 비전을 제시하는 방법이 출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를 통하여 출마자의 면면을 파악하고, 됨됨이를 판단할 수 있다면 정치인의 출판은 권장할 일이다.
그런데 지역 의원들을 선출하는 선거에서는 출판기념식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지역의 정치인이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내게 당장 피부에 와닿는 공약과 지역의 발전 가능성 등이 더 궁금할 터인데 말이다. 기초의원들은 유권자에 의해 후보자가 되고 당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일까? 그렇기에 국회의원과 단체장 출마자만이 출판하고 더하여 기념식을 개최하는 것인가 싶다. 기초의원들에게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주위를 보면 오랫동안 공천권을 쥔 유력정치인의 수족 노릇을 한 인물이 허다하다. 그렇게 그들은 어느 날 출마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지역 의회에 입성한다. 그렇다면 유권자보다는 유력정치인의 눈에 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것이 오해라면 내가 아직도 정치판을 잘 몰라서이리라.
출판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여러모로 장점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정보와 정확한 지식이 생산된다는 측면에서이다. 그런데 출판기념식을 거창하고 떠들썩하게 치른 정치인들의 책은 왜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일까? 지지자들에게만 읽히는 책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묻고자 한다.
그러니 단지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애써 가꾼 30년생 나무를 베어내지 말았으면 한다. 더욱이 환경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는 출마자들은 출판의 가치가 벌목의 당위성을 증명할 수 있는지 숙고해주기 바란다. 녹지조성으로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는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한다.
책값의 책정도 문제의 하나다.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출판한 책은 내용이 그다지 충실하지도 않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정보의 질과 상관없이 책값보다 비싼 가격으로 구매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구입하는 것은 구매자의 결정에 달린 것이겠으나 정치인들의 출판기념식에 초대되는 사람들이 주된 구매자라는 점에서 문제다. 그러니 내용보다 비싸게 책정된 책값의 몇 배를 지불하고 책을 구매하는 관습을 따르게 된다. 정치인의 책을 구매하는 것은 지지자인가 호구인가?
그러니 정치에 혐오를 느끼고, 정치인을 타매(唾罵) 하면서도 정치인들의 책을 구매하는 유권자들도 문제다. 어쩌면 관습처럼 관성처럼 스스로 원망의 대상을 육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으면 한다.
물론 좋은 책과 좋지 않은 책을 구별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서점에서 구매할 수 없는 정치인들의 책은 출판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정책과 비전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책, 지지자들에게도, 유권자이자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 출판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정치가 건강해지면 숲이 살아날 것이다. 숲을 지키고 싶다. 숲 하나를 가꾸려면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도심에 공원을 하나 조성하려면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누가 함부로 나무를 베어내고 숲을 사라지게 하는가? 자기모순에 빠진 정치인들에게 나라의 살림을 맡기고 우리의 미래를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치인들의 출판을 응원하고 싶다. 꼭 필요한 책을 마음껏 출판하고 이를 기념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여도 숲이 사라지지 않을 정책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 협의회 회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