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후티 반군이 민간선박 공격
인천항 중고차선적 30~40% 차지
항로 변경땐 물류비용 대폭 상승
컨터미널·원유수급 차질 우려도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물류의 동맥인 홍해에서 이란과 서방 세력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인천항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주요 선사들이 홍해 항로를 이용하지 못하면서 해상 운송비가 상승하고 있는 데다, 물량이 몰리면서 컨테이너 운반도 원활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국제 주요 무역로인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 세계 물류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영국은 전투기와 선박, 잠수함 등을 동원해 사나 등 후티 근거지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고, 후티 반군은 이에 대해 전방위 보복을 경고하면서 긴장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인천항에서 중고 자동차를 싣고 출발해 요르단 아카바항과 리비아 뱅가지, 미스라타항으로 향하는 자동차 운반선이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인천항 전체 중고 자동차 수출 물량 중 30~40%가 요르단과 리비아로 향하고 있다. 요르단과 리비아는 홍해를 거쳐 가면 20~30일 이내에 도착할 수 있으나, 남쪽 아프리카 희망봉 방향으로 우회하면 40일이 소요된다.
선사들은 중고 자동차 1대당 200~300달러(26만~39만원)를 추가로 받고, 희망봉으로 항로를 변경하기로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요르단과 리비아로 수출되는 자동차 운반선 1척에 1천~1천500대의 차량을 싣고 가는 점을 고려하면 물류비용이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가뜩이나 자동차 운반선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예 운항을 취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 중고 자동차 수출이 지연되고 있다. 인천의 한 중고 자동차 수출업체 관계자는 "이달 중순에 운항하는 자동차 운반선을 인천항에 기항하기로 겨우 합의했는데, 홍해 사태로 항로를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고 한다"며 "물량은 계속 쌓이고 있지만, 수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컨테이너 운송도 차질을 빚으면서 인천항 컨테이너터미널도 정상 운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항에서 홍해를 통과해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 정기 항로는 없다. 유럽으로 화물을 실어 나르려면 중국 상하이나 닝보, 칭다오 등지에서 환적해 운반한다. 그런데 상하이·닝보·칭다오 등의 항만에서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 수송이 늦어지면서 인천항에서 이들 항만으로 향하는 화물 운송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항 컨테이너터미널 장치율이 높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부두 운영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인천항 4개 컨테이너터미널의 평균 장치율은 83%로, 지난해 10월부터 80% 이상의 평균 장치율을 기록하고 있다. 컨테이너 장치율은 60%대가 적정 수준이고, 80%가 넘으면 포화 상태로 본다.
국내 원유 수급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 중동에서 우리나라로 향하는 유조선 대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최근 이란 세력의 미국 유조선 나포로 연일 이 해협에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홍해 해협 통항 중단 수출입 물량 비상대응반을 꾸려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은 "중동 분쟁 확산과 함께 홍해 통항 중단 같은 상황이 중동 내 타 지역에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해수부는 사태 확산에 대비해 국내 화주의 수출을 위한 선복 공급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