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세대의 아픔, 몸짓으로… "인천서 문화예술 싹 틔우고파"


'2023 코리안 로드' 단독 창작무대 이례적
한국무용 기반… 6·25 전쟁 피란기 표현
'신영자 댄스 컴퍼니' 출신… "많은 도움"

김서영 아트운다 댄스프로젝트 대표1
지난 연말 인천에서 데뷔 무대를 치른 김서영 아트운다 댄스프로젝트 대표. 2024.1.9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내달 이화여대 무용과(한국무용 전공) 졸업을 앞둔 2000년생 김서영 아트운다 댄스프로젝트 대표의 첫걸음이 대담하다. 지난 연말 청년 무용가 가운데 이례적으로 1시간 분량 창작 무용 공연을 480여석 규모 인천 서구 청라 블루노바홀 대극장에서 데뷔 무대로 올렸다. 서울이 아닌 인천에서 가진 규모 있는 공연이라 더 눈길이 갔다.

"인천 부평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제 또래 무용가는 보통 30~40대 무용가의 공연에 무용수로 참여하곤 하고, 자체로 팀을 꾸려 1시간짜리 단독 공연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훌륭한 작품이 너무 많지만, 무용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이번 공연을 올렸습니다."

안무를 창작한 김서영 대표와 문가령, 홍채은, 김현우, 신아영, 채지민 등 20대 무용가들이 출연한 '2023 코리안 로드 : 고개고개 넘어서'(사진)는 그들의 조부모 세대의 한국전쟁 이야기를 다뤘다. 한국무용 기반의 컨템포러리 댄스로 구분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한국전쟁을 겪은 할머니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팀원의 할머니가 실제 겪은 피란기를 취재해 그때의 이야기와 감정을 춤으로 표현했습니다. 피란길 할머니가 소중하게 품었던 보따리가 작품의 주요 소품으로 나옵니다. 피란길에서 친한 친구와 장난치며 놀던 기억, 그 친구와 헤어진 기억 등 마냥 어둡진 않은 기억입니다."

공연에선 전쟁 와중 불타오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들의 춤이 어떤 이에겐 따뜻한 모닥불 소리의 표현으로, 또 어떤 이에겐 시체가 타는 전쟁의 참상을 표현한 몸짓으로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김 대표는 "주제 자체가 한국적이므로 춤도 너무 한국적으로 가면 촌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적 부분에선 한국무용을 많이 가미하고, 역동적 움직임을 나타낼 땐 현대적 움직임을 많이 섞었다"고 했다.

2023 코리안 로드 : 고개고개 넘어서

김 대표는 열 살 때 우리나라 대표적 어린이 전통예술단 '리틀엔젤스'에 입단해 세계 무대에서 활동했고, 선화예술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이화여대 무용과까지 정통 코스를 밟은 무용가다. 그 출발은 고향 인천의 무용 아카데미인 '신영자 댄스 컴퍼니'였다.

"다섯 살 때 처음 신영자 선생님이 원장인 무용학원에 갔는데, 거기서 재능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리틀엔젤스에 입단해 서울로 무용을 배우러 가게 됐을 때도 신영자 선생님이 응원해줬습니다. 대학교 입학 후 우연히 다시 뵙게 됐고, 이번 공연을 진행하는 데도 신 선생님이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무용을 배운 김 대표는 왜 서울이 아닌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고자 할까. 김 대표는 "인천에도 분명 많은 예술가들이 존재할 텐데, 서울보다 덜 주목된 측면이 크다고 본다"며 "인천이 문화예술 불모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그 땅에서 싹을 틔워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곧 졸업을 앞둔 김 대표는 "'2023 코리안 로드 : 고개고개 넘어서'를 더욱 보완하고 가다듬어서 예술제에 출품하고 싶다"며 올해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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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무용가들이 뭉친 창작 무용 ‘2023 코리안 로드 : 고개고개 넘어서’ 출연진. /아트운다 댄스프로젝트 제공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