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남부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지원안 발표
650조 생산유발효과… 연구개발 판교·수원·평택 거점 이뤄져
2030년 공급망 자립률 50%·소부장 실증 테스트베드 조기 신설
정부가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한 것은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 때문이다.
이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이 발표된 민생 토론회의 명칭을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이라고 한 것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가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있는 만큼 정부가 밝힌 투자가 곧, 경기도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 효자산업 반도체 더욱 키운다
=정부는 이번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건설로 65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50만개에 가까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그야말로 효자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2023년 기준 986억달러로, 전체 수출 6천327억달러의 15.6%를 차지했다.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은 세계 6위 수출 대국인데, 반도체 수출이 없으면 그 순위는 13위로 내려가며 무역수지 흑자 달성도 불가능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면 산업 생태계 구축이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인력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내 연구개발·교육은 성남 판교, 수원, 평택을 거점으로 이뤄진다.
성균관대, 경희대, 아주대 등 반도체 관련 대학과 화합물 반도체 특화 연구 인프라인 한국나노기술원 등이 있는 수원의 경우 '화합물 반도체 기술' 거점으로 발전시킨다.
특히 성균관대 인근에 조성될 'R&D 사이언스 파크'는 경기도의 실리콘 밸리로 반도체 산·학·연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택에는 5천억원을 투자해 카이스트 평택 캠퍼스를 2029년까지 설립하고 카이스트 차세대 설계 연구센터와 소자연구센터를 구축한다.
■ 반도체 공급망 자립률 50%로·'1조 클럽' 소부장기업 10개로
=정부는 오는 2030년 반도체 공급망 자립률을 50%까지 올리고, 매출 '1조원 클럽' 기업을 10개 육성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현재는 공급망 자립률이 30% 수준인 탓에 공급망 리스크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목표를 세우고, 메가 클러스터를 활용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소부장 업계의 숙원사업인 '소부장 실증 테스트베드'를 조기에 신설한다. 용인 SK하이닉스 클러스터 내 '소부장·칩 기업 양산 연계 테스트베드' 형태로 구축되며, 오는 2025년 착공해 2027년 완공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국가 첨단반도체 실증 테스트베드'(ASTC)가 완성되는 셈이다.
여기엔 총사업비 9천60억원이 투입되며,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한 상태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강점이 있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기업들을 육성해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을 완성할 계획이다. 시제품 제작·검증 지원을 위해서는 개발 비용을 지원하고 파운드리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팹리스 금융지원도 강화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24조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우대 지원하는 '반도체 생태계 도약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 박정희·이병철 소환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찾은 수원 소재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은 대표적인 반도체 인력양성 교육기관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함께 참석시켜 관계부처도 칸막이 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했고, 반도체연구원과 일반 국민들도 참석하게 해 분위기를 띄웠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등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 '선각자'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기 전 당시 서울시 1년 예산에 준하는 정도를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기로 하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그 자금을 조성해 삼성 이병철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도록 밀어줬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석한 반도체 산업 종사자 및 연구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며 "여러분이 하고 계신 일은 단순히 과학이 아니라 도전"이라며 "이 도전은 혼자 하는 도전이 아니라, 저의 도전이자 국가가 함께하는 도전"이라고 반도체 주력산업에 총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태성·신현정·정의종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