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을때 긍정적 심리 전환
성숙한 방어기제 발달 중요한 요소
안정되고 친밀한 유대감 마찬가지
'내게 맞는 여가찾기' 에너지 써야
새해 계획을 말하다 보니 필자가 만난 한 학생이 생각난다. '여가와 삶'이라는 수업에서 수행하는 과제가 있는데 첫째는 일주일간 생활시간을 기록하여 일과 여가생활을 평가하고, 여가활동 습관을 개선하는 계획을 세운다. 둘째는 그 계획을 3주간 실천하여 성찰하는 여가 '습관' 변화 실험이다.
과제에서 여가습관 변화 목표를 써야 하는데 한 학생이 '행복해지기'라고 썼다.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이다. 그런데 행복한 심리적 상태는 계획 '목표'가 되기보다 계획 실현으로 나타나는 '결과'이다. 필자는 학생에게 어떤 것이 이루어져야 행복한지, 자기 행복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여 목표로 만들어 보자고 조언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소망하지만, 사실 어떤 조건에서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졸업생을 포함한 백인 남녀 700여 명을 대상으로 1930년부터 70여 년간 지속한 성인발달연구를 바탕으로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는 저서 '행복의 조건(Aging Well)'에서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에 이르는 일곱 가지 조건을 소개하였다. 첫째 비흡연이거나 짧은 흡연 기간, 둘째 알코올 중독경험 없음, 셋째 안정적 결혼생활, 넷째 규칙적인 운동, 다섯째 알맞은 체중 유지, 여섯째 대학교육 이수, 마지막으로 성숙한 방어기제 발달이다.
그리고 이 연구는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의 삶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요인도 밝혔는데 조상의 수명 길이, 부모의 특성, 유년기 성격이다. 다시 말해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이 되는데 조상이나 부모 영향력보다 자기 스스로 노력해서 행복해지는 삶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행복의 7가지 조건에서 비흡연, 대학교육을 제외한 나머지 요인은 모두 여가생활과 관련성이 깊다. 베일런트는 특히 성숙한 방어기제를 발달시키는 것이 행복한 삶의 중요한 요인으로 보았다. '방어기제'란 두렵거나 불쾌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취하는 행위이다. 미성숙한 방어기제의 대표 사례는 회피(도피)이다. 반면에 성숙한 방어기제란 불편한 상황에 직면해도 긍정적인 면을 보며 '인내(억제)'하거나, 불편함을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유머'를 갖거나, 창조적 활동으로 '승화'하거나, 불편함으로 남에게 화풀이하기보다 남을 배려하는 '이타주의'를 보이는 방어기제이다.
방어기제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행위의 일종이다. 여가활동은 스트레스로 부정적 심리상태에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잠재력이 있는데 모든 여가활동이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회사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퇴근 후 술 마시며 일을 잊어버리려고 도피하지만, 술이 깨면 다시 생각나서 스트레스가 쌓여 부정적 감정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스트레스로 부정적 심리상태에 빠져 있을 때 그 상태를 바꿀 수 있는 다양한 여가활동으로 성숙한 방어기제를 발달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창한 활동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장소에서 특정 음악을 듣는 것도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그런 활동을 개발하는 것이다.
성숙한 방어기제뿐만 아니라 베일런트는 안정적 결혼생활처럼 친밀한 인간관계 역시 행복한 삶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미혼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결혼이 아닌 다른 형태의 친밀한 유대감을 갖는 관계성이 중요해 지고 있다. 친밀한 유대감을 갖는 관계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여가시간, 비용과 심신 에너지를 써야지 만들어진다.
새해 계획이 내가 행복해지는 조건이 되는지 한 번 살펴보자. 어떤 조건에서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지 알아가 보자.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