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부동산 거래 등 규칙 개정
인적정보 기재 의무·체납여부 설명
임대인 정보확인 강제할 도리없어
'전세사기 가담 방지' 자정 기능만


전세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올해부터 공인중개사의 책임과 의무가 강화된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시행규칙에는 주택임대차신고서에 임대인과 임차인뿐 아니라 공인중개사의 인적 정보 기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달부터 공인중개사들은 주택임대차신고서에 사무소 명칭과 주소, 중개자 이름 등을 작성해야 한다. 수사당국이 전세사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중개사에 대한 정보가 없어 사기에 가담한 중개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중개사들이 예비임차인(의뢰인)을 대상으로 의무 설명해야 할 내용도 다음 달부터 강화된다. 임대인의 체납 여부,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지 않은 확정일자 부여 현황, 전세사기 방지 특약 등의 내용을 중개사들이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공인중개사 업계는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대인 체납 여부와 확정일자 부여 현황 등을 중개사가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다.

인천 미추홀구 공인중개사 A씨는 "체납 내용과 확정일자 부여 현황은 임대인이 구청 등에서 직접 서류를 떼어와서 제출해야 하는데, (제출을) 거부하면 중개사가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제출하지 않는다고 무작정 전세사기와 연관돼 있는지 의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전세사기 방지 특약도 구체적 기준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구 공인중개사 B씨는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아 발생하는 깡통전세도 자칫 중개사 책임으로 전가될 수 있다"며 "전세사기가 벌어진 이후 중개사 책임을 강화한다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임대인에 대한 책임은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공인중개사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이 한계가 있지만, 불법으로 중개영업을 하며 전세사기에 가담하는 무자격 중개사들에 대한 자정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개인과 개인 간 계약을 공공이 모두 통제할 수 없다"며 "공인중개사 책임을 강화하면 중개인의 전세사기 가담 행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천시지부 김영범 지부장은 "의뢰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개사의 역할인 만큼 정부 정책에 동의한다"며 "다만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함께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