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국립합창단 단장 임기 마친 뒤 자리 옮겨

거장 父 윤학원 이어 지휘봉 잡아 부담·기대 커

“K-클래식 자부심 인천 합창 영광 되찾겠다”

첫 정기연주회는 반전(反戰) 메시지와 봄 담아

윤의중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지난 16일 오후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만난 윤의중 신임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인천시립합창단은 모든 지휘자가 지휘하길 꿈꾸는 합창단”이라고 했다. 2024.01.1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시립합창단은 한국을 넘어선 세계 최고로 인식된 지 오래된 합창단입니다. 그 영광을 다시 찾고 싶습니다.”

윤의중(61) 신임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합창단 지휘봉을 잡은 지 꼭 2주째인 지난 16일 경인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윤 예술감독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연임하면서 국내에선 커리어의 정점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그에게도 인천시립합창단은 가슴이 떨리고 설레는 꿈의 무대다.

윤 예술감독은 “인천시립합창단은 합창 세계의 중심인 세계합창연맹(IFCM)과 미국지휘자협회(ACDA)에서 세계 3대 합창단으로 뽑혀 초청돼 연주했다”며 “2009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열린 세계에서 가장 큰 ACDA 컨벤션(Convetion)에선 첫 곡이 딱 끝나고 사상 처음으로 전체 기립박수를 받은 합창단으로, 모든 지휘자들은 인천시립합창단을 지휘하는 꿈을 꿀 것”이라고 했다.

윤 예술감독은 거의 모든 한국의 메이저급 합창단 객원 지휘를 맡아봤는데, 이제껏 인천시립합창단은 객원 지휘를 한 경험이 없다. 그는 “처음이라 긴장됐지만, 단원들과 제가 원하는 음악적 지향점이나 목표가 같기 때문에 첫 연습부터 소통이 되고 무언가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인천시립합창단을 비롯해 전국의 시립합창단 대부분이 1980년대 창단해 현재 단원 연령대가 40~50대”라며 “한 번의 영광스러웠던 자리를 다시 찾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고,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 같지만, 다시 한 번 그 영광을 되찾자고 단원들과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의 합창 문화는 190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역사가 깊다. 윤 예술감독은 “인천 시민들은 합창을 사랑하는 마음이 굉장히 강해서, 과거부터 시립합창단 연주를 보면 시민들이 객석 꽉꽉 들어찼다”며 “역사가 깊고, 마니아가 많다는 것은 합창 음악이 발전하고 세계적 합창단을 만들 수 있는 좋은 배경이자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동안 인천시립합창단을 이끈 한국 합창음악 거장 윤학원 지휘자가 윤의중 예술감독의 아버지다. 국내에선 부자(父子)가 하나의 국·공립예술단 예술감독을 지내는 건 전례가 없다. 그만큼 부담도 있다고 한다.

윤 예술감독은 “6년 동안의 국립합창단 단장 임기를 마치고, 갈 수 있는 합창단이 여럿 있었는데 결국 인천을 선택한 것은 운명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버지 또한 본인이 20년 동안 열심히 세계적 합창단으로 키웠기 때문에 예술감독을 맡은 아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윤의중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윤의중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2024.01.1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시립합창단은 올해 세계적 합창 명곡을 소개하는 ‘마스터워크 시리즈’, 합창 한류의 자부심으로 세계화를 겨냥한 ‘K-클래식 시리즈’ 등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청소년과 시니어 합창 교육 프로그램’ ‘인천합창대축제’ 등 사회 공헌 프로그램도 늘릴 계획이다.

윤의중 예술감독의 첫 정기연주회는 오는 4월12일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린다. 윤 예술감독은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며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첫 정기연주회 전반부는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담아 미국 작곡가 제이크 루네스테드의 ‘The hope of loving’(사랑의 희망)으로 정했다”며 “후반부는 봄을 느낄 수 있도록 인천시립합창단 조혜영 상임 작곡가의 ‘못잊어’ ‘무언으로 오는 봄’ 등 가곡을 준비하고, 마지막 무대에선 영화음악과 재즈 등으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