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이전·관리 맡기는 법률관계
등기상 소유권 수탁자에게 있어도
위탁자 임대차계약 맺어 주인 노릇
채무불이행 피해 온전히 임차인 몫
계약시 바른 정보제공 등 제도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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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지난 2023년 키워드로 '전세사기'가 선정된 기사를 보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갭투자를 이용해 계획적으로 보증금을 편취한 사건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계획이나 의도와 관계없이 나도 모르게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바로 신탁회사가 소유하는 부동산(이하 '신탁부동산')이다.

신탁이란 신탁법에서 위탁자(신탁을 설정하는 자)가 수탁자(신탁을 인수하는 자)에게 특정의 재산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신탁은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이 부동산담보신탁이다. 부동산담보신탁에서 위탁자는 대출채무자, 수탁자는 신탁회사, 수익자는 대출채권자(대부분 은행)가 된다. 부동산의 소유권이 신탁회사로 이전되면 은행은 대출채권을 안전하게 담보할 수 있고, 더 많은 대출도 가능하므로 부동산담보신탁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의 소유권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이지만 그 관리와 이용은 위탁자가 한다는 점에 있다. 위탁자는 등기상 '전소유자'이지만 자신은 단지 부동산을 담보를 위해 일시적으로 수탁자인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므로 자신이 부동산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수탁자인 신탁회사는 등기상 '현소유자'이지만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고만 있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등기와 현실의 차이 속에서 위탁자는 여전히 소유자로서 신탁부동산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곤 한다. 이것 때문에 임차인이 피해를 입게 된다.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면 신탁원부로 그 내용을 등기한다. 위탁자가 부동산을 관리·사용할 수 있지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경우 수탁자와 우선수익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임차인은 "위탁자인 내가 실소유자이다"라는 말을 믿고 덜컥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 많은 신탁부동산이 신축건물이고,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위탁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수익자는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것을 요청하고, 이때 임차인은 수탁자의 인도청구에 대항할 수 없다. 이는 수탁자와 우선수익자의 승낙을 받은 임차인도 다르지 않다. 수탁자는 임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보다 싼 부동산은 늘 수요가 많다. 임차인들은 공인중개사를 믿고 시세보다 저렴한 신탁부동산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공인중개사는 신탁된 부동산의 문제점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아는 경우라도 임대차계약서 특약사항에 '신탁된 부동산이다'라는 문구를 기재했다면 책임을 피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실과 신탁부동산의 구조를 이용하여 '전세사기'에 이용하는 위탁자가 늘고 있다. 주의 깊은 임차인 또는 공인중개사가 수탁자인 신탁회사에 전화하여 확인하더라도 신탁회사는 "임대차계약 체결의 권한과 책임은 위탁자에게 있다"고 기계적으로 답변하곤 한다. 결국 위탁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의 몫이 된다.

그러므로 신탁부동산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로 하여금 신탁원부를 제공하게 하고, 임차인의 권리상 제한사항을 충분히 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신탁회사로 하여금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임차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등 임차인이 제한사항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제2의 전세사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