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사법·행정 권한 나눈지 250년
인간 욕망 '돈·명예·권력' 대표적
최근 욕심내고 탈나는 사람 많아
행복위해 탐욕 그릇 줄이자 다짐
인류가 부족민 시대를 거쳐 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힘은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백성들을 병역에 동원하는 일도, 세금을 걷는 일도, 백성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일도 모두 한 사람이 결정했지요. 한 사람이 전횡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을 만들기도 했지만, 정작 백성들은 그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백성들이 알면 악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법을 만드는 권한, 집행하는 권한, 해석하는 권한으로 국가의 권력을 나눈 것은 불과 250년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00년이 조금 넘은 일이지요.
인류는 왜 이렇게 권한을 나누는 것을 생각했을까요. 아마도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입법과 사법, 행정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경우를 보아온 경험으로부터 시스템의 잘못을 깨달았을 테지요. 바로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을 깨닫고 현실 정치에 적용한 것입니다. 음식을 담거나 만드는 솥이나 현실정치에서만 견제와 균형이 필요할까요. 제가 보기에는 다른 분야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같은 것들입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면서 크게 욕망하는 것 중에 대표적인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돈, 권력, 명예이지요. 물론 그 상위 개념으로 '행복'이 있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명예, 권력을 갖고자 합니다. 그것도 세 가지 모두를 갖고 싶어 하지요. 사실 예전에는 세 가지가 동반자처럼 같이 따라다니다시피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권력을 가진 사람이 돈도 갖고, 명예도 갖는 경우가 많았지요. 돈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돈으로 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매관매직이나 부정축재 같은 단어들이 사전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요.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부분의 권력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으는 사례가 많았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는 이러한 흐름에 약간의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을 가진 사람이 권력과 명예를 탐하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돈과 명예를 욕망하는 경우 탈이 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 것이지요. 물론 명예를 가진 사람이 돈이나 권력을 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그런 현상들이 일어나도 견제할 방법이 별로 없었지요.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보니 돌아가며 해먹은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돈, 권력, 명예와 같은 세속적인 욕망에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교훈이 개인의 욕망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물론 여기에는 최상의 가치인 행복을 얻기 위해 반드시 돈이나 명예, 권력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깨달음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다 보니 행복 대신 걱정이 많아지는 경우를 주위에서 보게 됩니다. 욕망을 채우는 가장 현실적이고 쉬운 방법은 흔들리지 않는 욕망이 아닌 욕망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지요. 덕분에 요즘은 스스로에게 자주 되내어 봅니다. 행복하자고. 욕심을 버리자고.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