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일 4시간 일찍 '맞교대'
한달동안 고작 하루 쉬고 격무
"회사가 산재 위험 방치한 꼴"
평택시 영풍제지 공장에서 두 달 만에 발생한 사망사고(2023년 12월26일 인터넷 보도=[단독] 평택 영풍제지 공장서 두 달만 또 사망사고 발생)로 숨진 60대 노동자는 휴일도 제대로 없는 맞교대(주간조-야간조) 근무도 모자라, 주 52시간 이상 초과근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영풍제지 협력업체와 숨진 60대 노동자 A씨의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사고로 숨지기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오후 7시께 평택 영풍제지 공장에 출근했다. 24시간 공장이 가동되는 평소 3교대 근무조 시스템상 새벽(심야) 출근 시간은 오후 11시이지만 다른 팀의 대체 인력이 부족해 전날 심야 근무 후 사실상 맞교대(2교대)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성탄절 전날인 24일 오전 3시52분께 파지 용해 공정에 쓰이는 기계에 올라 기계 배관 연결 작업을 하던 중 2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A씨는 맞교대와 같은 비일상적인 근무도 모자라 휴일도 거의 없는 중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출근부를 보면, 사고가 있던 12월 그가 출근하지 않은 날은 19일(화) 하루가 유일했다. 주 52시간(법정 40시간+연장 12시간)을 넘겨 일한 경우도 있었다. 9월 4~10일, 12월 4~10일 두 차례는 중간에 1시간의 휴게시간을 빼도 주당 57시간씩 일했다.
근로기준법상 일을 한 다음 일 개시 전까지 노동자에게 11시간 이상의 휴식을 줘야 한다. 맞교대가 연이틀 맞물렸을 때 A씨는 딱 12시간의 텀을 두고 회사로 향했고, 숨진 전날도 마찬가지였다.
A씨 유족 측은 "새벽근무 후 자다가도 급히 회사 전화를 받고 출근한 적도 있었고, 주휴일에도 거의 회사를 나갔다"라며 "9월부터 12월까지의 출근표만 받아도 이 정도인데 사망사고(10월)로 공장이 멈추지 않았던 9월 이전은 상황이 더 심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만성적 중노동이 A씨 죽음과 무관치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승규 노무사(노무사사무소 씨앗)는 "일정 사유로 특별연장근로를 회사가 신청한 게 아니라면,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 또한 쉬는 날 없이 매주 장시간 일한 것을 보면 탄력적근로시간제를 적용하기에도 문제가 큰 근무형태"라며 "회사가 산재 위험을 방치한 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와 고용 계약을 맺은 영풍제지 협력업체와 법률대리인 측은 근로계약서와 근무 형태 등을 묻는 질의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릴 게 없다"고 밝혔다.
/조수현·김산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