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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렬 서정대학교 평생교육부총장
대한민국에 '축소도시(Shrinking City)'의 암울한 전망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어 국민들을 착잡하게 하고 있다. 축소 도시는 말 그대로 인구가 줄고 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도시의 규모가 작아지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한 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명대는 매우 충격적인 현실이다. '지방소멸'이란 말이 이제는 내가 사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곳이 바로 대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학이 신입생을 걱정할 날이 올 것이라고는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그저 반신반의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지방의 많은 대학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인구절벽'이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지켜만 볼 수 없지 않은가? 실제 우리와 비슷한 위기를 대학과 도시가 협력해 극복한 선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대학과 도시의 협력이 어느 나라보다 활발한 미국에서는 디트로이트시와 지역 대학이 힘을 합쳐 '테크타운'을 조성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해서 쇠퇴한 자동차 산업을 대체하고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꽤나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글로컬대학'이 인구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혁신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컬(glocal)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세계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의미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글로컬대학의 역할은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흡수해 지역발전을 주도하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명문대나 의대에 쏠리는 인재들을 유인해 지역발전을 이끌 혁신사업을 창출하자는 목적이다.

글로컬대학은 성공하면 대학과 지방 소도시 모두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만 보더라도 휴전선과 경계한 일명 접경지 소도시들은 인구 감소로 지금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허울뿐인 수도권에 속해 있고 접경지라는 이유만으로 각종 규제에 묶여 변변한 산업조차 없는 지경이니 젊은이들은 고향이지만 생존을 위해 떠날 수밖에 없다. 글로컬대학은 이런 지역에 새로운 산업을 꽃피우고 젊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컬대학이 '혁신의 상아탑'이 되는 힘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국내 글로컬대학은 지역 수요를 반영하고 지역 우수인재를 양성해 지역 맞춤형 산업을 일으킬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는 글로컬대학이 지역사회와 연계한 특화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기르기를 바라고 있다. 글로컬대학을 지정할 때도 이런 가능성을 여러 면에서 평가하고 있다.

대학 또한 글로컬대학이 되기 위해 진정성 있고 끈질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혁신이라는 것은 계획만 있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의 내용이나 질, 방법, 여건 등이 고루 혁신에 부합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교육은 특히나 대학의 정책과 제도에 좌우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대학은 글로컬대학이 추구하는 방향과 목적에 맞게 정책과 제도를 혁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우수인재를 양성하고 그 우수 인재가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부터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무엇이 필요하며, 교육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연구실에만 오래 머물러 있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구 감소가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는 지금, 대학이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협력해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글로컬대학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 대학과 지역사회가 모두 상생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영렬 서정대학교 평생교육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