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아닌 읍면동별로 개수 늘려
단속·관리 주체 불분명 문제 지적도
市 "위반시 과태료 부과 조항 필요"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당 현수막이 다시 난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철거를 원칙으로 한 인천시 조례보다 완화된 정부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시행으로 당분간 현장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오후 인천 연수구 동춘동 소금밭사거리, 연수동 연수구청사거리와 신연수역사거리, 먼우금사거리 등 교통량이 많은 주요 사거리 일대에는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인하' '육아부담 완화 시차 출퇴근제 지원 확대' 등 국민의힘 주요 정책 성과를 담은 연수구갑 당원협의회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 미추홀구 관교동 경원대로 한 삼거리에는 '지역화폐 예산 3천억원 확보'라는 내용의 더불어민주당 동구미추홀구을 지역위원회 정당 현수막이 내걸렸다. 자유통일당 등 제3지대 정당 현수막들도 길을 지나면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거대 양당 체제를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각 정당은 4월10일 총선과 관련해 민생 현안과 맞닿은 정책 성과를 알리고 정치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정당 현수막을 게시했다.
정당 현수막이 다시 거리에 걸렸지만,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정인 또는 단체에 대한 비방 내용을 금지한 인천시 조례와 '현수막 공해'라는 지적의 영향인듯 정당 현수막에서 정쟁을 부추기는 내용의 혐오나 비방·모욕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인천시는 지난해 거리 곳곳에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내걸리자 행정안전부 반대에도 전국 최초로 조례를 개정해 철거 조치에 나섰다. 이에 다른 지자체들도 조례 개정을 통해 정당 현수막 관리를 강화했다.
정당 현수막이 난립할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지난 12일 시행된 개정 옥외광고물법이 인천시 조례보다 완화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옥외광고물법은 지난 2022년 12월 정당 현수막의 자유로운 게시를 명시한 조항에 정당 현수막 개수와 설치 장소 등 일부 규정을 담았다.
읍면동별로 각 정당이 2개 이하 정당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규정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을 적용하면 인천시가 정당 현수막 개수를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보다 더 많은 현수막을 걸 수 있다. 보통 한 선거구에 포함되는 읍면동은 선거구별로 다른데, 중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 등 범위가 넓은 지역에는 수십 개의 읍면동이 포함된다.
정당 현수막 단속·관리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있다. 인천시는 정당이 별도 신고 절차 없이 정당 현수막을 내걸기 때문에 옥외광고물법에 규정한 현수막 개수 규정이 지켜지기 힘들고 이를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옥외광고물법에 대한 정부·지자체 간 회의에 참석해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을 수 있도록 지자체가 단속·관리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 설치하도록 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며 "현행법은 정당 현수막 난립에 따른 행정 혼선, 시민 피해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행정안전부가 상위법에 저촉된다며 대법원에 제기한 인천시 옥외광고물 조례 집행정지 신청은 지난해 9월 기각됐으며, 본안 소송은 진행 중이다. 인천시가 조례를 근거로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철거한 정당 현수막은 3천여 개에 달한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