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인천시향 신년음악회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 출발
소프라노 임선혜·테너 최원휘 한무대
관현악과 협연 '사물광대' 공연 백미
인천시립교향악단이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이하는 신년음악회로 새해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인천시립교향악단 제419회 정기연주회로 지난 19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열린 신년음악회는 인천시향 이병욱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으로 힘차게 출발했다.
공연 전반부는 유럽의 자존심인 고음악의 정상에 우뚝 선 동양인이자 고음악계 최고의 프리마돈나로 불리는 소프라노 임선혜와 뉴욕타임스 등에서 호평받으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테너 최원휘와의 협연으로 꾸몄다.
임선혜는 서정적 음색으로 들리브 '카디스의 처녀들'을 부르며 직접 캐스터네츠를 치고 풍부한 연기력으로 분위기를 돋우었다. 최원휘는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과 멕시코 작곡가 라라의 '그라나다'를 불렀다. 임선혜·최원휘가 로맨틱 코미디처럼 남녀의 심리를 번갈아 노래한 '사랑의 묘약' 중 '한 마디만, 오 아디나'와 이어진 앙코르곡은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했다.
후반부 첫 곡 강준일의 사물놀이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마당'은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박안지(꽹과리), 신찬선(장구), 김한복(징·꽹과리), 장현진(북)으로 구성된 사물놀이 연주단체 '사물광대'와 함께한 연주했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한국 전통 타악기의 사물놀이 리듬과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어우러지면서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듯 협주했다. 강렬한 연주였다.
신명이 절정에 다다른 사물놀이의 시간엔 지휘자인 이병욱 예술감독조차 빠져든 듯 사물광대 연주자들을 바라봤고, 관객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이 순간만큼은 오케스트라가 사물놀이에 잠시 주인공 자리를 내준 듯했다.
청룡의 기운이 휩쓸고 간 무대 이후엔 신년음악회의 익숙한 레퍼토리가 이어졌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천둥과 번개 폴카 Op 324'와 '사냥 폴카 Op 373', 인천시향 단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요제프 슈트라우스 '근심 걱정 없이 폴카 Op. 271'까지 새해 파티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마지막 곡인 오스트리아 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왈츠 슈트라우스 2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Op.314'는 느릿하고 섬세한 지휘로 연주하다가 힘차게 끝을 맺었다. 앙코르곡은 인천시향이 선물처럼 준비한 슈트라우스 2세 '관광열차 폴카 Op.281', 슈트라우스 1세 '라데츠키 행진곡 Op.228'이었다.
올해 인천시향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은 '클래식 에센스' '뉴 골든 에이지' '거장의 숨결' '클래식 나우' 등 4개 시리즈로 구성했다. 올해 첫 선을 보이는 시리즈 '클래식 에센스'는 오는 3월22일 제420회 정기연주회에서 레너드 번스타인과 조지 거슈윈의 곡으로 꾸며진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