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희 의원 소동 '치기어린 행동'
경호원들 사지 들어낸건 용납안돼
윤 대통령 대처 협량시비 휩싸여
축하자리 마저 '보이콧' 좀스럽다
강 의원은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장에서 사지가 들린 채 쫓겨났다. 국회의원이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행사장을 떠난 것이다. 정치권 해석은 뒤로 하고, 행사를 주최한 전북도민들 생각은 어떤지 궁금했다. 지난 주말 전주에 들러 생생한 여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약하자면 지역과 도민을 담보로 개인 정치를 했다며 강 의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기업인 L씨는 "진보당 존재를 알리고 자기 선거를 위해 전북을 볼모로 삼은 것"이라며 분노했다. 운동권 출신 K씨는 "아직도 30~40년 전 레코드판을 틀고 있다"며 화석화된 의식을 질책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은 전북도민들에게는 의미 있는 출발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생일잔치에 덕담하기 위해 전북을 찾았다. 지난해 여름 졸속으로 끝난 새만금세계잼버리에 대한 악몽을 뒤로한 채다. 전북도와 지역민들은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 축사에 20여 차례 박수로 화답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대통령께서 매우 흐뭇해 하셨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니 잔칫상에 재를 뿌린 돌발 행동으로 여길만하다. 강 의원은 전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기에 크게 보면 대통령은 손님이다.
그런데 환대는커녕 오히려 마음을 상하게 했으니 예의가 아니다. 애경사 자리에서 웬만한 감정은 절제하는 게 상식이다. 행사 참석자들과 언론보도를 고려하면 강 의원의 행동은 칭얼대는 철부지를 연상케 한다. 대통령 손을 오랫동안 잡고 끌어당기기까지 했다니 상식적이지 않다. 다음 동선을 안내해야 하는 경호원들은 경호 매뉴얼대로 따랐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 해도 사지를 들어낸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을 난동꾼 다루듯 한 건 과했다. 대통령과 강 의원을 분리하는 정도에서 그쳤어야 했다. 윤 대통령 또한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협량 시비에 휩싸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연결지어 조롱받는 건 이 때문이다. 오바마는 2013년 11월, 이민 개혁안을 연설하는 행사장에서 소란을 피운 이민자 청년을 감쌌다. 청년은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난 추수감사절 때부터 가족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연설을 방해했다. 경호원들이 제지하려 하자 오바마는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사안이 바로 그것이다. 괜찮다, 청년을 그냥 두라. 내가 마무리 지을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며 소란스러운 장내를 정리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고, 오바마는 "난 이 젊은이의 열정을 존중한다"며 연설을 이어갔다. 이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야당 의원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말은 얼마든 할 수 있다. 문제는 때와 장소다. 정치적 메시지는 국회 본회의장을 비롯한 다른 자리에서도 얼마든 가능하다. 한데 자기 집 행사를 축하하러 온 손님에게 "제대로 하라"고 고함쳤으니 치기어린 행동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어느 국민도 국정 잘못을 지적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지가 들려 나갈 이유는 없다"며 과도한 경호를 비판했다. 역시 지역정서와 동떨어진 비판을 위한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소동의 근본 원인은 '좁쌀 정치'다. 전북지역 민주당 의원 가운데 행사장을 찾은 이는 윤준병 의원 한 명뿐이다. 그나마 대통령 입장이나 연설 도중 시큰둥했다고 한다. 그럴 거면 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집 안방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축하행사마저 보이콧할 만큼 민주당 정치는 좁쌀이 됐다. 그동안 법안 발의와 통과 노력은 정치적 쇼였는지 묻는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