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논의
의무휴업 10여년만에 사라질 전망
“연간매출 30%와 연관” 상인 걱정
대형마트는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쉬도록 한 규제가 10여년만에 사라질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선 기대감을 드러낸 반면 전통시장 상인들은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면서도 “규제가 사라지는 시작점이 될까 두렵다”며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는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어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을 비롯한 생활 규제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외에도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도서정가제에 대한 개선 방안이 다뤄졌다.
토론회 결과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토록 한 원칙을 폐기하기로 했다. 평일에 휴업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대형마트가 영업제한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 같은 규제는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면서 도입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유통 시장이 크게 달라지면서 규제도 그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6.4%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만 정부가 공언한대로 규제 완화가 가능한 만큼 유통업계에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당장 지난달 크리스마스 이브가 넷째주 일요일이라 의무 휴업때문에 문을 열지 못한 대형마트들이 속앓이를 했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유감을 표하거나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조치가 그간 시행돼왔던 전통시장 보호책을 무색케 하는 시작점이 될까 염려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이덕재 인천상인연합회장은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단체들과 간담회 한 번 없이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에 매우 당황스럽다. 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은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연간 매출에 최대 30% 가량 영향을 미치는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유감”이라며 “전통시장은 물론 골목상권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만간 전국 상인연합회 등과 함께 이번 정책에 대한 입장을 낼 것”이라고 했다.
경기 남부지역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장은 “대형마트가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휴업 규제 완화 얘기가 최근 몇년 새 많이 나왔다. 언젠가는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고 말했다. 봉필규 안양시전통시장상인연합회장은 “이번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1㎞ 이내 대형 점포 입점 규제 등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들이 풀리게 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대형마트 휴무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영향이 불가피한 전통시장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식자재마트 등 대형마트처럼 규제는 받지 않지만 사실상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점포들을 제한할 수 있는 방안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전통시장과 1㎞도 채 되지 않은 거리에서 영업하고 있는 식자재마트가 적지 않다. 북수원시장의 경우 시장 입구를 기준으로 200여m 거리에 대형 식자재마트가 있다. 안양중앙시장 200m 이내에 식자재마트가 있다. 봉 회장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대형마트는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 제도가 이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제도 밖에 있는 식자재마트 등이 지금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겐 더 위협적인 존재다. 단순히 대형마트 휴무 규제를 푼다, 만다의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살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