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탄생 '프링커'의 세계 최초 일회용 타투 기기

'친정' 삼성전자 납품 리우올림픽서 '열광'
피부에 안전한 화장품 잉크 개발에 공들여
명품 브랜드와 잇단 컬래버·헤어 컬러링도
윤태식 대표 "근간 기술로 시장 더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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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일회용 타투기기 '프링커(Prinker)'로 타투를 새기는데 드는 시간이다. 통증도 없다. 여느 타투와 달리 지우기가 간편한 게 특징이다. 비눗물로 씻으면 그림이 말끔하게 사라진다. 잉크젯 프린터로 문서를 인쇄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수원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의 뷰티테크 기기 프링커가 92개국에 수출되며 전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다. 프링커는 세계 최초로 잉크젯 프린터 기술을 뷰티분야에 접목시킨 기기로, 첫 선을 보이자마자 단숨에 주목받았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선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24에서도 많은 이들이 프링커코리아 부스를 찾아 일회용 타투를 몸에 새기고 인증샷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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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타투 기기 '프링커'로 출력한 타투. 프라이머 같은 스프레이를 뿌리고 고른 도안을 프링커로 쓱 밀기만 하면 타투가 완성된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프링커를 앞세워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프링커코리아는 삼성전자 C-Lab 출신 윤태식, 이종인, 이규석 3명의 공동창업자가 2015년 12월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0년 삼성전자 본사에서 진행한 신사업 아이템 공모전에서 윤태식 대표의 아이디어가 최종 선정되면서 사내에서 잉크젯 사업을 담당하던 이규석 이사와 프린팅사업부에서 잉크 개발 등을 하던 이규석 이사가 뭉치게 됐다.

삼성전자 사내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이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것은 무선사업부에서 진행하게 됐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액세서리로 출시하면 괜찮겠다는 판단에서였다.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으나 출시가 불발됐다. 프로젝트에 애착이 있던 3명은 결국 프링커코리아 법인을 세웠다.

프링커코리아에서 이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소재, 하드웨어, 잉크, 폼팩터 개발에 몰두했다. 특히 타투는 피부에 직접 닿는 만큼, 화장품 잉크 개발에 공을 들였다. 기기를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쉬웠지만 피부에 착색 또는 변색되는 염료가 아닌 여성 색조 화장품에 쓰이는 안료 잉크를 별도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애를 먹었다는 게 프링커코리아 설명이다.

타투용 잉크는 분사력과 표면장력 등이 중요해 공정과정에서 기존 화장품을 제조할 때보다 더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수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자체적으로 잉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피부에 안전한 화장품 성분의 타투용 잉크가 탄생한 것이다. 프링커는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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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권선구 경기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에 소재한 '프링커코리아' 본사에 다양한 프링커 모델이 진열돼 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프링커에 집약된 기술력을 앞세워 프링커코리아는 '친정'인 삼성전자와의 서비스 납품 계약에 성공했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삼성전자 홍보관에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프링커를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스마트폰 앱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고른 뒤, 타투를 희망하는 부위에 디바이스를 쓱 밀면 타투가 완성됐다. 아프지도 않고, 금세 지워지는 이 신기한 타투 기기에 전 세계에서 온 관람객들은 열광했다.

그렇게 2018년 1세대 모델 '프링커PRO'가 정식 론칭됐다. 이후 무게를 줄인 프링커S, 프링커M을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수많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프링커를 주목했다.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샤넬 등 100여개 명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은 자연스레 프링커의 홍보 효과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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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권선구 경기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에 소재한 '프링커코리아' 본사에 다양한 프링커 모델이 진열돼 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프링커코리아의 혁신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타투에 그치지 않고 헤어 컬러링에도 프링커에 쓰인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프링커코리아는 프링커를 활용한 헤어 컬러링 액세서리를 올 1분기 내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머리카락 뿌리 부분에서 시작, 끝까지 일정한 속도로 기기를 밀면 잉크가 분사되면서 염색되는 방식이다.

해당 액세서리를 활용하면 한때 인기를 끌었던 '무지개 염색' 등도 집에서 편히 구사할 수 있게 된다. 프링커로 새긴 타투처럼 해당 제품으로 한 염색은 머리를 감으면 간편하게 지울 수 있다.

프링커 윤태식
지난 17일 '프링커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윤태식 대표는 "아날로그인 뷰티시장도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대가 올 수 있게 다양한 도전을 하겠다"고 밝혔다. 2024.1.17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뷰티만큼 역사가 오래된 산업도 없다. 시장 규모도 IT의 3배가 되지만 아직도 기술은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 이런 뷰티시장에 '테크'를 접목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프린팅 뿐"이라며 "많은 플레이어가 뷰티테크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기술적인 스탠더드를 만드는 데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표는 "기술적 하드웨어와 소재, 소프트웨어 펌웨어 등 백본(backbone·근간이 되는 소재·기술 등)을 제공하면 브랜드나 플레이어를 막론하고 시장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뷰티시장도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