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연장 추진에도 집값 ‘잠잠’
“구상대로 추진될지 의문… 가격 그대로”
5호선 연장 중재 노선 발표… 매수 ‘꿈틀’
“매물 거둬들이고 외지서 문의 급증”

부동산 시장의 최대 호재로 꼽히는 ‘철도 호재’가 의왕·군포, 김포지역에 동일하게 발생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따라 지역 분위기는 사뭇 다른 추세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철도 교통망 확충이 추진되거나 결정되면 불편했던 교통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집값에 즉각 반영된다. 보통 계획 발표, 착공, 완공 세 단계에 거쳐 호재가 작용한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신분당선 연장 대상지와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수혜 지역의 현장 분위기는 엇갈렸다. 신분당선 연장이 추진되는 의왕, 군포는 비교적 잠잠한 반면 김포 일대는 매수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1호선 의왕역 일대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대표 A(70대)씨는 군포시의 신분당선 연장계획 발표 이후 부동산 분위기를 묻자 “잠잠하다”고 답했다. A씨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정부가 추진하는 철도 사업도 도중에 엎어지거나, 잘 된다고 해도 착공까지 10여년은 걸린다. 그런데 시장이 추진하는 철도 사업이 과연 구상대로 추진될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많다”며 “선거철이면 나오는 공약들이라 실효성이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어,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포시는 현재 신분당선 종점인 수원에서 군포를 거쳐 안산까지 연결하는 신분당선 연장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교역에서 3기 신도시인 의왕·군포·안산 신도시를 거쳐 반월역까지 총 14.5㎞를 연결한다는 게 군포시의 구상이다. 총 7개 역사가 신설되며 1조6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는 민간 투자로 마련한다. 신분당선 연장안이 국토교통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빠지자 군포시가 자체 용역을 실시한 결과물인데, 경제성(B/C) 분석 결과도 1에 근접한 0.98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지난 18일에는 군포시와 쌍용건설, 동명기술공단이 신분당선 군포·안산·의왕 신도시 연장선 민간투자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식도 개최했다.
그럼에도 의왕은 물론, 군포 지역 부동산 시장 역시 조용하다. 군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도 “주민들은 신분당선 연장에 크게 관심도 없고, 믿지도 않는다”며 “매물 증감, 가격 변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에 반해 김포 부동산은 꿈틀대고 있다. 지난 19일 정부가 5호선 연장사업 중재노선을 확정 발표하면서다. 김포 7곳과 인천 서구에 2곳, 서울 1곳 등 총 10개 역사를 설치한다는 안(1월 22일자 1면 보도)이다.
김포 중에서도 장기동, 풍무동이 들썩이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e편한세상캐널시티(2017년 입주)’ 전용 84.30㎡는 지난해 12월 5억4천500만(3층), 5억7천만원(10층)에 매매됐는데 최근 호가는 6~7억원에 달한다. 한달 새 실거래가와 호가의 차이가 최대 1억5천500만원으로 벌어진 셈이다. 대장주로 꼽히는 ‘풍무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 72.05㎡는 지난 6일 6억원(10층)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해당 단지 동일면적은 지난해 11월 5억4천500만~6억1천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강석균 대림캐널시티 대표 공인중개사는 “5호선 조정안 발표 이후 매수문의가 이전 대비 1.5배 늘었다”며 “5호선이 들어오게 되면 서울 광화문 등을 직통으로 갈 수 있다 보니 마곡, 목동, 여의도 등 매수를 희망하는 서울 주민들의 상담도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호선 연장 기대감은 매매가에 예전부터 반영돼 있었고, 이번 발표 이후엔 전세가격이 올라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조춘호 풍무역부동산 대표 공인중개사는 “3천만~5천만원 내려 급매로 싸게 나왔던 아파트 매물은 가격을 올리거나 거둬들이고 있다”며 “외지 문의도 체감상 평소보다 3~5배 늘었다”고 했다.
김포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김포 전역이 5호선 연장 수혜지가 될 것으로 보면서도 장기역, 풍무역과 신설될 감정역 등 지역 외곽이 철도 호재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민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고촌읍 주민 김모(49) 씨는 “5호선 연장을 계기로 다른 기반시설도 추가 조성되거나 유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며 “서울 진·출입이 수월해지면 도시 발전에 무엇이든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