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시설측 소통후 신중 결정 입장
"두레방은 미군부대 캠프 스탠리 옆 빼뻘마을, 과거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 검사와 관리를 해왔던 보건소 건물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픈 역사의 상징인 두레방을 옮기면 피해자들의 희생의 역사 또한 지워집니다."
의정부시가 고산동 빼뻘마을에 위치한 성매매 여성 상담소이자 피해지원시설인 '두레방'의 이전을 추진하자 이용자와 시설 관계자,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두레방 이용 여성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여 명은 23일 두레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정부시는 역사의 현장에 위치한 두레방을 그대로 존치하고, 기지촌 여성을 위한 지원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두레방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상담소이기도 하지만, 이곳 빼뻘마을에 남아 거주하고 있는 기지촌 여성들의 공동체 조직이기도 하다"면서 "두레방은 이 여성들이 단 한 분이라도 살아계시는 한, 빼뻘마을에서 지속적인 지원과 지지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두레방에는 기지촌 여성의 애환과 고통이 새겨져 있다"면서 "이곳은 향후에도 건물을 온전히 보존해 역사적 문화유산으로 남겨야 할 소중한 장소로 시가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레방은 1986년부터 '미군 전용 클럽'에서 일하던 기지촌 여성들을 상담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1987년 빼뻘마을로 이전해 여성들을 지원해왔으며, 현재 10여 명의 여성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경기북부권의 성매매 여성 상담소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
두레방의 운영비는 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해 지원하고 있는데, 최근 시가 상담소 접근성을 이유로 두레방 측에 이전 계획을 타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11일 시 담당부서 관계자들이 찾아와 올 6월 임대계약 기간 만료 후 시내로의 이전을 종용했다는 게 두레방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원하는 예산 대비 이용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시의원 등의 지적이 있어 두레방 측에 이전 의사를 묻긴 했다"며 "그러나 당사자들의 반대 의견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향후 시설 측과 소통한 뒤 이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