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
상급종합병원서도 생애초기부터
체계화된 진료 적극 검토하고
가족 모두에 심리적 지원 필요
이 가족의 자녀는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었으며, 유서에는 자녀가 아픈 것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놓여있지 않은 경우 자칫 당뇨병인데 치료받으면 되지 그렇게까지 힘든 일인가란 차가운 시선을 보낼 수도 있으나 1형 당뇨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당뇨병(비만,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생기는 2형 당뇨병)과 다르게 체내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아 평생동안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해줘야 하는 질병이다. 특히, 일정 시간 인슐린 주입 시기를 놓치면 급성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케톤산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룰 수도 있는 심각한 병으로 볼 수 있다.
2007~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서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14세 이하의 소아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그 발생률이 매년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소아청소년 1형 당뇨환자는 전체 1형 당뇨환자 3만명의 10%에 해당하는 약 3천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매일 인슐린 사용이 필요한데 아이 스스로 혈당 관리가 어려워 정밀 인슐린펌프 지원이 필요하다. 일가족의 죽음이 하나의 이유만으로 이뤄졌다고는 볼 수 없으나 이런 질환의 경우 완치가 없고 평생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 괴로움이 지속적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 일가족을 죽음까지도 몰고 갈 수 있는 이 질병에 대한 공공의 책임은 무엇일까? 2021년에는 비교적 나이가 젊은 당뇨병 환자만이라도 정부에서 지원을 강화하자는 소위 '젊은 당뇨병 환자 지원법'이 제시됐으나, 중복지원의 비효율성과 특정 연령의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안 신설이 안 됐다. 물론 법안을 신설하는 데 있어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조심스럽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1형 당뇨병을 앓는 자녀가 있는 경우 인슐린을 매번 주사로 주입을 하고, 혈당을 재는 것, 낯선 병에 대한 인식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병원비가 많이 나가는 경제적 문제를 뛰어넘어 자녀가 질병을 이겨내며 보내야 하는 시간들에 대한 온 가족의 사회정서적 부담을 의미한다. 물론 2018년부터는 연속혈당측정기가 시판되면서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삶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는 물론 합병증에 항상 노출이 돼 있어 금전적 부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다수다. 2023년에는 주사 대신에 특정 패치를 이용한 혈당관리 기기의 판매가 한국에서 갑자기 중단돼 큰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에 의료계와 학계 모두에서는 한 목소리로 제1형 소아당뇨환자에 대한 국가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아동협회(2024)는 제도적 결함을 없애고 의료사각지대에 있지 않도록 해야함을 언급했고, 대한당뇨병학회(2023)에서도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좋은 의료기기가 등장해도 이를 교육하고 처방하는 제도가 없어 정작 환자들이 가정에서의 사용법을 이해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지난해 12월 소아청소년의 인슐린 펌프 기기 등의 정부 지원 확대를 발표했고, 이를 올해 3월말에서 2월말로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1형 당뇨병을 만성질환으로 보고 장애인법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미국당뇨병학회에서도 이들을 위한 차세대 인공췌장이 등장할 것으로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우선 이 질병을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생애초기부터 체계화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인지 등 근원적인 제도에 대한 검토가 적극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관련된 질병은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환자 스스로의 선택권이 매우 제한적이란 것을 고려해 의료적 지원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 모두에 대해 심리적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명규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