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화재 피해 복구중… 설대목 앞두고도 뚝 끊긴 손님

 

인근 재개발 영향에 맹추위 겹쳐
장사 아예 접고 자리 옮긴 상인도
아케이드 복구 내달말까지 지연
"종종 오는 단골 생각해서 문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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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인천시 동구 현대시장 한편에 가림막이 설치돼있다. 지난해 3월 화재로 점포 55곳과 아케이드가 불타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파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2024.1.24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간간이 찾아오는 단골손님 생각해서 문 여는 거죠. 손님은 거의 없어요."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에서 30년간 꽃집을 운영한 신모(58)씨의 가게는 지난해 3월 방화에 의한 시장 내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인천원예농협 뒤편에 마련된 공간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많지 않다.

그는 "여기는 지난 10년간 시장 창고로 쓰인 곳이라 쓰레기도 많았고 전기, 수도도 연결돼 있지 않았다. 워낙 허름해 나이가 많은 상인은 화재 이후에 장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이어 "벽이 단열이 되지 않아 전기세가 많이 나왔다. 연탄 난로라도 두어야 할까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설 대목을 앞둔 지난 24일 낮 12시께 현대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인근 재개발로 주변 인구가 감소한 데다 영하 9℃를 밑도는 맹추위 탓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더 줄었다고 한다. 시장에서 이따금 보이는 손님들은 옷깃을 세우며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자리를 떴다. 불에 그을린 자국 등 시장 곳곳에는 화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문을 닫은 가게도 많았다.

지난해 3월 40대 남성이 현대시장에 불을 질러 시장 점포 212개 중 55개가 불에 탔다. 전소된 14개 점포 중 3곳은 신씨처럼 구청이 마련한 대체 공간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40년이 넘은 시장 건물의 시멘트 벽에선 한기가 느껴졌다. 거센 바람에 얇은 유리문이 흔들거렸다. 유리문에 붙인 일명 '뽁뽁이' 등 방풍비닐로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화재가 났던 골목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이곳에선 지난해 11월부터 아케이드(아치형 지붕)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당시 아케이드가 가연성 재질인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돼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사가 진행 중인 천장은 나무판자로 가려져 있고 쇠기둥이 이 판자들을 지탱하고 있었다. 천장 쪽 낙하물을 막는 초록색 그물망과 비닐 등도 걸려 있었다.

반찬가게 사장 박순화(67)씨는 "워낙 공사 소음이 크고 비닐이나 쇠파이프 등도 있으니 이 골목은 장사를 안 하는 줄 알고 손님들이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인천에서 제일 가는 시장 중 하나였는데 요즘은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모(70)씨는 "요즘엔 명절 대목이란 게 없다. 평소에도 손님이 없는데 공사까지 진행 중이라 설날에도 손님이 많이 올 것 같진 않다"며 "빨리 시장이 원상 복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구청 일자리경제과는 한파 등으로 공사가 지연돼 2월 말께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시장에서 건어물 등을 파는 이안심(71)씨는 "가게가 온통 불에 타 좌절했지만 이웃들의 따스한 마음과 성금 덕에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며 "손님 발길이 줄었지만 종종 찾아오는 단골손님을 생각해 매일 문을 연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