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반환 강화역사박물관 보관
3월15일 만료로 美 해군사관학교行
전시후 컴백, 영구대여 요청 의견도
신미양요 때 미군에 빼앗긴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帥字旗)가 지난 2007년 '장기 대여' 형식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지 16년 만에 다시 '미국 여행길'에 오른다. 2028년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는데, 학계에서는 '영구 대여' 등의 방식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강화군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강화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하는 어재연 장군 수자기가 오는 3월15일 이후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으로 반환된다.
수자기는 조선시대 군영 최고 지휘관이 사용한 군기(軍旗)다. 미국에 반환하는 수자기는 1871년 신미양요 당시 강화도 수비를 책임진 어재연(1823~1871) 장군이 사용한 것으로, 당시 광성보 전투에서 승리한 미 해군이 이를 빼앗아 본국으로 가져간 뒤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서 보관했다.
우리나라 문화재청과 해군의 노력으로 2007년 10월 장기 대여 형식으로 반환돼 현재 강화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강화전쟁박물관은 수자기 복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수자기 반환은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은 2025년 봄부터 2028년까지 3년 동안 진행할 아시아 유물 특별전에 어재연 장군 수자기를 전시할 계획이다. 강화군의 대여기간은 오는 3월15일 만료된다. 강화군은 이날 이후 수자기를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돌려줄 계획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펴낸 책 '우리 품에 돌아온 문화재' 편은 이 수자기를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수자기'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이 수자기를 가져오기 위해 계획을 세웠던 것도 국내에 남아있는 수자기 실물이 없다는 문화재적 가치 때문이었다.
중요한 가치가 있는 이 유물이 반환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측의 확답은 없었지만 문화재청은 수자기를 다시 한국으로 들여오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측에 특별전을 마치는 대로 다시 한국에 대여해달라고 요청했고,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으로부터 전시가 끝나기 1년 전에 한국 정부 측에서 대여를 요청하면 검토 후 결정하겠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다시 대여하겠다고 확답을 받은 건 아니지만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다시 한국에 올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조만간 다시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는 '레터'를 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회에 '영구 대여'를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덕우 인천시 시사편찬위원은 "처음에는 한국에 들여오는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협상을 통해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 있는 것보다 한국에 있을 때 더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문화재"라고 말했다.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4월까지 문화재청이, 2008년 6월부터 2010년 9월까지 인천시가, 2010년부터 강화군이 대여받아 관리해왔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