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법인 완전월급제'

도내 기준액 초과 배분방식 횡행
"기본급 120만원, 무한경쟁으로"
道 "관련단체 의견모아 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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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택시월급제 확대 법률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지역에서 법인택시 완전월급제가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택시기사들은 업체들이 변화 움직임을 보이기는커녕 '변칙 사납금제'가 만연해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경기도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오는 8월 24일부터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에 따라 도내 법인들이 소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해야 하는 완전월급제가 시행된다. 현재 서울시의 법인택시에만 적용 중인데, 관련 부칙에 따라 서울 외 지역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이다.

도내 법인택시 기사들은 완전월급제가 도입되면 들쑥날쑥한 임금 처우가 기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루 벌어들인 수입 중 회사가 정한 금액을 내야 하는 '사납금제'가 2019년 폐지된 이후, 노동시간에 비례한 임금을 받는 '전액관리제'가 시행 중이지만 여전히 변종된 형태의 사납금제가 횡행해서다.

회사가 하루 소정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낮춰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하 수준으로 지급하면서, 기존 사납금을 '운송수입금 기준액'으로 대체해 놓는 등 실상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법인기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서울 양천구에서는 지난해 9월 소속 법인을 향해 '완전월급제' 등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여온 택시노동자 방영환씨가 분신해 숨지는 일도 있었다.

화성시를 중심으로 10년 가까이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최모(56)씨는 "회사가 일정 기준(운송수입금)을 정해놓고 기준을 초과하면 '성과금'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사납금을 기사들에게 주고 있다"며 "기본급이 120만원 수준이어서 여전히 무한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데 기준금을 채우지 못한 기사들은 회사 압박을 받고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씨는 기사와 회사가 나누는 성과금의 비율을 기사들에게 유리하게 늘리는 대신, 급여명세표에 달지 않는 불법적인 방식의 회유도 업계에 만연하다고 주장한다.

완전월급제 시행을 앞두고도 변화가 없자 택시노동자들은 경기도를 향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등은 이날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액관리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됐지만 지키지 않는 택시사업장이 허다하다.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경기도와 국토교통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전액관리제를 잘 지키는지 사업장 전수조사와 완전월급제 시행을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법의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관할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시도 차원에서 매뉴얼을 만들기 난감한 면이 있다"면서도 "관내 시군과 개인택시, 법인택시, 택시노조 등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모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