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다산초당 주변을 제법 굵직한 소나무가 에워싸고 있지만 다산이 살던 시절 초당 앞에 서면 강진만 바다가 한눈에 보였을 것이다. 다산유적보존회가 1957년에 초당을 '와당'으로 개조한 것도 모름지기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다산초당의 관리를 위해 주변 나무들을 베어내곤 하는데 이게 종종 민원을 야기하곤 한다. 벌채(벌목)는 나무를 베거나 산림·환경 훼손 등의 부정적 행위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는 박정희 시대 식목을 장려한 '산림녹화' 정책, 벌거숭이 산하를 울창한 산림으로 만든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나라의 '불편한 시민 의식'이 깔려 있다.
여주의 강천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강천섬은 갈대숲과 단양 쑥부쟁이·억새 군락지, 은행나무길 등 남한강의 수려한 수변공간으로 이름나 있다. 얼마 전부터 여주시에서 힐링센터를 운영해 오기도 했는데 지난해 장마로 강천섬 주변에 쓰러지거나 부러진 나무를 시에서 벌채해 쌓아놓은 것을 '무차별 벌목 현장'으로 한 언론사에 고발 기사가 난 것이다. 임야의 경우 10% 이상 남겨두는 친환경 벌목과 하천법에 따른 홍수 피해를 줄이고자 완전 벌목하는 하천변 수목정비 규정이 상충된 부분이 있다.
경관식물을 심고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가지치기와 죽은 수목을 정비해 강천섬을 명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 여주시는 내친김에 한때 실화로 폐쇄했던 야영장을 되살려 캠핑의 성지로 재개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캠퍼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남벌과 전쟁, 산업화를 겪으면서 자연파괴를 막자며 시작한 '자연보호' 운동에서 지속가능한 자연을 유지하고 향유하는 시대로 접어드는데 꼬박 50년이 걸린 것이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