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나혜석거리 비석' 수정키로
행적 논란, 보훈부 명단 등재 안돼
기념사업회 "투옥 사실 변함 없어"

나혜석 비석 (1)
나혜석 선생 비석에 새겨진 '독립운동가'표현을 놓고 수원시가 삭제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31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거리 초입에 세워져 있는 나혜석 비석. 2024.1.3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수원시가 나혜석거리 초입의 비석에 새겨진 나혜석 선생을 소개하는 내용 중 '독립운동가'를 공론화 없이 삭제하기로 해 물의를 빚고 있다.

31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수원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거리 초입의 비석에 새겨진 나혜석 선생을 소개하는 내용 중 독립운동가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비석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서양화가', '최초의 여성소설가' 등 조선시대 예술가 및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업적이 기록돼 있다.

문제는 나혜석 선생의 행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3·1 운동에 참여해 감옥에 갇히고, 의열단을 도운 독립운동가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인물과 결혼한 점, 친일 논란이 있는 작가 활동 경력 등이 비판 받기도 한다.

또 국가보훈부가 지정하는 독립유공자에 나혜석 선생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해당 비석에 독립운동가라는 내용이 새겨진 것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논쟁이 있었다.

이에 한 시민은 지난 15일 해당 문구에 대한 민원을 수원시에 제기했고, 시는 민원에 대한 답변을 민원인에게 통보했다. 이후 민원 처리예정일 연장 사유로 '해당 조형물 수정을 위한 자재 제작 및 수리 기간 등 소요'를 명시해 전달했다.

민원을 제기한 A씨는 "여러 기사로 나혜석이 독립운동가는 아니라는 것을 접했지만, 수원시의 움직임이 없어 민원을 넣었다"며 "독립운동가라는 글자 한 줄이지만 관련 없는 자가 그 타이틀을 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원시는 전문가들의 자문도 받지 않은 채 담당 부서 자체적으로 비석에 새겨진 독립운동가를 삭제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관련 학회 등의 비판을 사고 있다.

한동민 나혜석학회 총무이사는 "독립운동가라는 표현에 대한 민원이 들어왔다면 시는 전문가들에게 자문 후 답변하겠다고 대응하면 된다"며 "역사 전문가들을 불러 논의를 거친 후 표현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올바르며 시의 담당 부서에서 결정한 건 성급했다"고 말했다.

유동준 정월나혜석기념사업회 회장은 "시는 비석에서 '독립운동가'라는 표현을 삭제해선 안 된다"면서 "독립유공자에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나혜석 선생이 3·1 운동에 참가해 5개월간 투옥된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수원시는 국가보훈부의 독립유공자 지정 명단에 따라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나혜석 선생이 독립운동을 했다고는 하지만 국가보훈부의 독립유공자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비석에 독립운동가로 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며 "내용을 삭제하고 비석을 수리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