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보호지역 지정 '0곳'
파주 공릉천 주변, 하천공사 혼잡
환경부가 지정, 장항습지와 대조
"기후위기 대응 방침 의지 보여야"
道 "소유주 문제·개발 규제 부담"
올해로 스물여덟 번째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았지만, 경기도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은 단 한 곳도 없어 관할당국 차원의 적극적인 행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년 2월2일은 정부와 시민단체 등에서 국제습지조약의 내용 및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정한 세계 습지의 날이다.
1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습지보전법에 의해 환경부장관, 해양수산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그 주변을 습지주변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경기지역에 있는 습지는 총 198곳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2년 12월 기준 환경부는 한강하구, 해양수산부는 시흥갯벌, 대부도갯벌, 화성 매향리갯벌 등 도내에는 총 4곳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은 여전히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찾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고양시의 한강하구 장항습지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반면 환경단체에서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촉구하는 파주시 공릉천하구는 습지가 주는 평안함과 주변 하천정비사업 공사현장의 혼잡함이 공존했다.
이렇다 보니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은 습지가 가진 생태적 기능을 강조하며 경기도가 아직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평수 경기도탄소중립도민추진단장은 "법이 지정한 권한이 있음에도 경기도가 습지보호지역을 1곳도 지정하지 못한 건 여태까지 의지가 없었다고 본다"며 "경기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습지보호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습지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오염물질 정화,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 이산화탄소 저장 등 우리의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광역지자체에도 당연히 습지를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지정하지 않은 건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습지 주변 사람이 적거나 부지의 소유주가 국가나 지자체의 경우는 지정할 수 있지만, 경기도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부지 소유주들 간의 문제도 있고, 시·군에서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규제가 들어오고 개발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지정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