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의붓아들을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40대 계모가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도 살인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친모는 법정을 나와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2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계모 A(43)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7년을 선고(2월2일 인터넷 보도)했다.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친부 B(40)씨에게도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A씨와 B씨에게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크다”며 “피해자의 일기장을 보면 아이가 썼다고 믿기 어려운 내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도 A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연필 이외의 범행 도구인 가위, 젓가락, 캠퍼스 등의 범행도구는 사망에 대한 영향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둔력 손상으로 인한 내부 출혈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학적 자료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사망하기 3일 전 폐쇄회로(CC)TV에 비친 모습이 힘들어 보이기는 하나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했다고 볼 수 없다”며 “새로운 양형사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아이의 친모는 재판이 끝난 후 법정을 나와 눈물을 흘렸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를 위한 판결인지 피고인을 위한 판결인지 모르겠다”며 “살인죄가 적용 안 된 재판 결과가 너무 암담하고,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 제가 엄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3월9일부터 이듬해 2월7일까지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12살 의붓아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친부 B씨도 아이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학교 측에 “아이가 필리핀 유학을 준비하고 있어 홈스쿨링을 하겠다”며 2022년 11월24일부터 아이를 등교시키지 않았다. 당시 인천시교육청은 부모가 가정 방문 등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씨는 아이가 성경 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하거나, 무릎을 꿇리는 벌을 줬다. 장시간 방에 아이를 가두거나 커튼으로 손발을 묶기도 하는 등 아이를 잔혹하게 학대해 공분을 샀다.
폭행 등 온갖 학대를 당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통증에 신음하던 아이는 지난해 2월7일 끝내 숨졌다. 온몸에 멍 자국이 난 채로 발견된 C군의 사망 당시 몸무게는 29.5㎏으로, 또래 평균보다 15㎏가량이나 적었다.
검찰은 범죄의 잔혹성과 지속성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사형을, B씨에게는 징역 10년을 각각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만한 행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판단해 A씨의 죄명을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