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을 막론하고 50인 미만(5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확대·적용 중인 가운데, 규모가 작은 사업장 중심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대상 사업장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마련할 수 있게 ‘산업안전 대진단’을 시작했지만 사업주들은 진단을 스스로 해야 하는 데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이유로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중대재해법이 새로 적용되는 50인 미만 전체 사업장 83만여곳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주가 ‘셀프 진단’하는 방식으로, 안전보건공단 누리집 등을 통해 사업장 경영방침과 목표, 인력·예산, 위험성 평가 등 10개 항목에 대해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결과에 따라 중점관리·일반관리 사업장으로 나뉘어 정부의 재정지원 수준 등이 결정된다.
노동부는 소규모 사업장의 불안감을 낮추고 제도 안착을 위한 취지로 이 같은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현장에서의 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부천시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10인 미만)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질문을 보고 사업장 전반에 대한 사안에 꼼꼼히 답할 여력도 부족한 게 현실인데 정부의 (대진단) 조치가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는데, 현장에서는 이 절차를 모르고 있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토로한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이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점도 소상공인들의 우려를 키운다. 지난 1일 포천시 가산면의 한 파이프 제조 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코일 하역 작업 중 800kg 무게의 철제 코일에 깔려 숨졌다. 이 사업장은 상시 노동자가 24인인 곳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제도 안착과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 노동당국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흠학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대진단을 통해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찾는 건 의미가 있지만 이후 위험 사업장에 대해 지원과 컨설팅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장이 진행하는 ‘위험성평가’에 대해 전문 인력과 비용을 지원하는 방향이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고, 정책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