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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옛 선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였다. 사대부들 가운데서도 화훼나 원예에 대해 조예가 깊은 이들이 많았다. 세종조의 문신 강희안(1418~1465)의 '양화소록'은 꽃과 분재에 관한 최고의 고전으로 꼽힌다. 강희안에 못지않은 마니아로는 영·정조 시대의 인물 유박(1730~1787)이 있는데, 그는 과거시험을 보거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평생 꽃 가꾸고 글 쓰며 살았다. 그의 '화암수록'에 실린 시들을 보면 그의 꽃 사랑은 애호의 수준을 넘어 역대급 화훼 전문가였음을 알 수 있다.

화성시 송산면 지화리 출신의 문인 이옥(1760~1815) 또한 꽃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인물로 그의 글 '꽃 이야기(花說)'가 눈길을 끈다. "아침 꽃은 어리석어 보이고, 한낮의 꽃은 고뇌하는 듯 보이고, 저녁 꽃은 화창해 보인다. 비에 젖은 꽃은 파리해 보이고, 안개 젖은 꽃은 꿈꾸는 듯하고, (중략) 달빛 받은 꽃은 요염하고, 물가의 꽃은 한가롭고"로 이어지는 문장에서 보듯 꽃에 관한 그의 글은 역대급 화론(花論)이다. 그는 정조시대의 문인으로 발군의 실력과 문장력을 지녔으나 문체가 '패관소설체'로 지목되어 유배를 가기도 하고 별시에서 장원을 했으나 꼴등(傍末) 처분을 받는 등 문체반정으로 인한 고초를 겪었다. 이옥의 '꽃 이야기'의 압권은 꽃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반드시 꽃과 거리를 둔 수풀 아래 집을 짓고 살"('완역 이옥전집 1권', 426쪽)겠다는 반전 있는 마지막 문장이다.

꽃은 계절별로 달라 그 아름다움이나 매력이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봄에 피는 꽃들에 미치지 못한다. 봄꽃의 명소로 강화 고려산 진달래, 이천 백사면과 양평 개군면 산수유, 광양 매화, 진해 벚꽃, 여수 영취산 진달래, 하동 쌍계사 벚꽃, 지리산 산동 산수유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모진 겨울을 지나 산천을 곱게 물들이는 봄꽃들의 향연은 언제나 아름답고 생각만으로도 흐뭇하기만 한데, 총선을 앞두고 오가는 이재명 대표, 한동훈 비대위원장, 김동연 지사 간의 설전과 신경전은 국민들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정치가 봄꽃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나라의 곳간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표를 받기 위한 선심성 공약과 포퓰리즘 말고 국민을 기쁘게 하는 제대로 된 정책대결을 보고 싶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