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5천억·SK인천석화 3천억
금리인하 기대감·PF 구조조정 대비
美 연준 신중론… 과열 양상 식을듯
인천 주요 상장사를 비롯한 기업들이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4월 총선 이후 불거진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 수요가 위축되기 전에 미리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신규 발행에 나선 기업은 63곳으로 나타났다. 전월 신규 발행 기업(26개)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인천지역 상장사들도 회사채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2일 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SK인천석유화학도 같은 날 3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인천에 본사를 둔 (주)한양과 대주중공업도 지난 9일 각각 175억원과 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신규 채권 발행에 나선 이유는 환율과 금리 변동으로 인한 여러 변수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대제철과 SK인천석유화학은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통해 올해 만기 예정인 회사채 상환 자금을 마련하고,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 조달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채 시장이 연초부터 과열된 것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회사채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금리 인하가 본격화한 이후에나 회사채 수급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회사채 신규 발행을 결정한 것은 당초 우려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파장이 크지 않았고,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리스크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4월 총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 조정이 이뤄지면 채권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선을 전후로 부동산 PF 사업장을 비롯해 중소 건설사, 금융권 등에 대한 구조 조정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연초부터 회사채 공급 규모가 커지면서, 회사채 순발행액(채권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제외한 금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순발행액은 7조1천49억원(발행액 14조7천152억원, 상환액 7조6천103억원)으로 2019년 1월 순발행액(5조684억원)을 뛰어넘었다.
다만 회사채 시장의 과열 양상은 빠르게 식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면서 올해 상반기 중 금리가 하락할 것이란 기대감이 낮아졌고, 회사채 투자 수요도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KDB 미래전략연구소 오세진 연구위원은 "2분기 이후 장기금리가 오르면서 금리 부담이 커지면 발행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회사채보다)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지난달 '회사채 발행' 역대 최고… "총선후 모른다" 자금 확보 나서
입력 2024-02-05 20:01
수정 2024-0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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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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