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 무관하게 '덤' 얹어주며 호응
작년보다 오른 물가에 매출 고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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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명절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상인들은 제수용품 가격이 올라 대목을 놓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한국물가정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설날의 4인 가족 차례상 비용(전통시장 기준)은 28만1천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9% 가까이 올랐다. 5일 오후 오산시 오색시장 내 한 과일가게에 제수용 과일이 진열돼 있다. 2024.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비가 와도 대목은 대목이네요."

5일 오전 10시30분께 용인시 처인구 용인중앙시장. 설 명절을 앞두고 오일장을 맞은 이날 시장은 겨울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이어지는 시민들의 발길로 활기가 감돌았다.

이 시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한모(63)씨는 "날씨가 좋지 않아도 명절에다가 장날까지 겹쳐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매대에 올릴 동태포를 썰던 그는 이내 밀려드는 손님들의 가격 문의에 대응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찾은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도 설 제수용품 등을 준비하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과일과 채소를 파는 가게에는 손님이 몰려 물건을 고른 뒤 구매까지 족히 10분은 걸릴 정도였다.

이곳에서 사과를 구매한 천모(62·택시기사)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은 이 가게에서 과일을 구매한다"며 "직업 특성상 밥을 거르는 경우가 많아 과일로 대체하곤 하는데, 명절을 준비하는 사람들 때문인지 오늘따라 특히 붐빈다"고 말했다.

설 대목을 맞은 경기도내 전통시장이 이어지는 시민들의 발걸음에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예상보다 오른 물가에 구매를 주저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상인들은 '덤'을 얹어주는 등 이색 전략으로 손님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수원시 정자시장에서 만난 김모(54·과일가게 운영)씨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8~9개 만원이던 사과가 올해 만원에 5개밖에 안된다"면서 "전체적으로 과일 물가가 40~50%는 오른 것 같은데 손님이 있어도 매출은 없으니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 한국물가정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설의 4인 가족 차례상 비용(전통시장 기준)은 28만1천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9% 가까이 올랐다.

이런가 하면 자신만의 전략으로 손님몰이를 하는 가게도 눈에 띈다. 용인중앙시장에서 멸치, 진미채, 대구포 등 건어물을 주로 파는 서모(70)씨는 치솟는 물가에 자신만의 전략을 꾸렸다. 손님의 구매금액과 관계없이 국물용 다시팩을 덤으로 내어주는 것이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서씨는 "(대형)마트와 달리 시장의 경쟁력은 친절함과 '서비스'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가 상승으로 가격을 올렸지만 장날이라 아무래도 기대하는 게 있는데 반응이 괜찮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수현·목은수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