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례대표 선거제' 선언


與 위성정당 대응 '진보세력' 연합

與 "李 입맛 맞는 게리멘더링…
'페이퍼 컴퍼니' 국민기만" 비난

민주, 지분·세력별 원칙 배분 관건
정의·기본소득당 다음행보 기대


5·18 묘지서 기자회견하는 이재명 대표<YONHAP NO-3135>
5·18 민주묘역서 긴급 발표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선언하고 있다. 2024.2.5 /연합뉴스

비례대표 선거제도의 방향키를 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총선 65일을 앞둔 5일 현행 법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비례의석 47석을 대상으로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여당의 위성정당에 대응해 자신들도 진보세력과 연합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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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입맛에 맞는 게리멘더링"이라고 맹비난했다. 비난에도, 일단 통합형비례정당 구성을 위한 논의 테이블이 열리면 진보세력간 지분확보를 위한 협상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통합형비례정당 추진을 5일 오전 5·18민주묘지 참배 뒤 '민주의문'에서 밝혔다.

이 대표는 통합형비례정당 추진을 "민주개혁선거대연합 구축"이라고 표현했고, "민주개혁 세력의 맏형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그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 스스로 통합형비례정당을 '준위성정당'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위성정당에는 민주진영 제 세력과 함께,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뜻이다.

이같은 선거제 발표 후 여당이 맹비난하자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제에 권역별 비례와 이중등록제를 허용하고, 소수정당 배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를 모두 거부했고, 위성정당방지법 제정도 반대했다"고 협상내용을 밝히며 "이에 어쩔 수 없이 택한 것이다. 백주대낮의 적반하장도 기가 막힌다"고 맞받았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입장 발표에 대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반격에 나섰다. '페이퍼 컴퍼니 위성정당'으로 폄훼하며 "대국민 기만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재명 대표의 입맛에 맞는 게리멘더링"이라고 비꼬았다.

먼저 한 비대위원장은 경동시장을 방문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제도를 가지고 게리맨더링 하는 건 처음 봤다"고 했고, 이 대표를 향해선 "어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서 얘기 듣고 (입장을) 바꾼 것인가. 5천만이 모두 영향을 받는 선거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도로 위성정당을 차릴 거면 선거법 처리 시한까지 넘기며 뜸을 들인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국민의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지 말고, 자신의 말을 뒤집은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도 성명을 내고 "의석수를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민주당의 꼼수일 뿐, 필연적으로 선거가 끝나면 갈라질 운명"이라며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이 준연동형과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선언하자 정의당, 기본소득당(새진보연합) 등도 민주당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

녹색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제 협상은 이제부터"라며 "당 내부에서 원칙을 지켜야 할지(독립적으로 비례대표를 낼지), 어느 정도 양해가 된다고 보고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할지를 치열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민주당이 통합형비례정당에서 얼마만큼의 지분을 챙기려할 것이냐, 각 제 세력에게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이냐다. 녹색정의당의 이 관계자는 "녹색정의당으로서는 준연동형제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이를 추진하다 당의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감안해 줘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통합형비례정당은 이미 기본소득당에서 지난달 15일 제시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기본소득당은 당시 선거제 퇴행을 막고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 비례연합정당 구성을 제안했다. 또 이후 기본소득당이 그 플랫폼이 되겠다면서 지난 3일에는 당명을 '새진보연합'으로 바꿨다. 기본소득당이 아예 연합비례정당이 되겠다는 각오다. 이 틀 안에는 사회민주당과 열린민주당도 들어와 있다.

민주당이 통합형비례정당을 만들기위해서는 창당절차를 거쳐 선관위에 정당 등록을 마쳐야 하는데, 만일 기본소득당의 플랫폼 위에 올라탄다면 그러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당 관계자는 "민주당과 그러한(플랫폼 공유) 논의를 한 바 없다"고 답했다.

/정의종·권순정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