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논란 속, 수원시 “전문가 검토”
“합리적 방침” 역사단체 환영 목소리
“인물 판단, 객관적·정서적 요소 고려”
수원시가 나혜석 선생의 비석에 새겨진 내용 중 ‘독립운동가’를 삭제하기로 해 물의(2월1일자 7면 보도)를 빚은 가운데 시가 이 같은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해 탁상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전문가들은 시의 판단이 성급했다고 지적하며 역사적 논란이 있는 인물을 판단할 때에는 타당한 논리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6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수원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거리 초입에 설치된 비석의 내용 중 ‘독립운동가’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내부 검토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해당 내용을 수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앞서 시는 지난 15일 해당 비석에 새겨진 독립운동가를 지워달라는 민원이 접수되자 담당 부서 차원의 검토를 거쳐 해당 문구를 삭제하기로 한 바 있다.
또 이런 내용을 민원인에게 전달한 후 삭제를 위한 절차를 밟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 자문과 공론화 없이 삭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논란이 일자 시는 재검토 방침을 세우고, 이러한 내용 역시 민원인에게도 전달했다.
시의 재검토 방침에 나혜석 선생과 관련한 단체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한동민 나혜석학회 총무이사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 뿐 아니라 시의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고 확실한 대응이 필요했다”며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은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유공자가 아니므로 나혜석 선생 비석에서 독립운동가를 지우기로 한 시의 결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단순히 독립유공자 명단을 통해 독립운동가를 판단한 건 섣부르며 논리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장은 “독립운동을 했어도 유공자가 되지 못한 분들이 많다”며 “유공자가 아니라도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독립운동가라고 해도 타당하다. 나혜석도 그런 경우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단체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역사적 인물에 대해 판단할 때 객관적 요소와 시민들의 정서적인 요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수원시 관계자는 “삭제 결정에 대해 섣불리 판단했다고 생각했고, 국가보훈부의 독립유공자 명단만으로 독립운동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부족하다고 봤다”면서 “역사와 관련한 학회 및 전문가 등에게 자문할 예정이고,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는 해당 내용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