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논란 속, 수원시 “전문가 검토”

“합리적 방침” 역사단체 환영 목소리

“인물 판단, 객관적·정서적 요소 고려”

나혜석 거리 동상7
나혜석 거리 나혜석 동상.2024.1.31./임열수기자

수원시가 나혜석 선생의 비석에 새겨진 내용 중 ‘독립운동가’를 삭제하기로 해 물의(2월1일자 7면 보도)를 빚은 가운데 시가 이 같은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해 탁상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나혜석, 두 번 잊히나… "독립운동가 문구 삭제 성급"

수원시 `나혜석거리 비석` 수정키로행적 논란, 보훈부 명단 등재 안돼기념사업회 ``투옥 사실 변함 없어``수원시가 나혜석거리 초입의 비석에 새겨진 나혜석 선생을 소개하는 내용 중 `독..

특히 전문가들은 시의 판단이 성급했다고 지적하며 역사적 논란이 있는 인물을 판단할 때에는 타당한 논리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6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수원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거리 초입에 설치된 비석의 내용 중 ‘독립운동가’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내부 검토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해당 내용을 수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앞서 시는 지난 15일 해당 비석에 새겨진 독립운동가를 지워달라는 민원이 접수되자 담당 부서 차원의 검토를 거쳐 해당 문구를 삭제하기로 한 바 있다.

또 이런 내용을 민원인에게 전달한 후 삭제를 위한 절차를 밟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 자문과 공론화 없이 삭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논란이 일자 시는 재검토 방침을 세우고, 이러한 내용 역시 민원인에게도 전달했다.

시의 재검토 방침에 나혜석 선생과 관련한 단체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한동민 나혜석학회 총무이사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 뿐 아니라 시의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고 확실한 대응이 필요했다”며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은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유공자가 아니므로 나혜석 선생 비석에서 독립운동가를 지우기로 한 시의 결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단순히 독립유공자 명단을 통해 독립운동가를 판단한 건 섣부르며 논리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장은 “독립운동을 했어도 유공자가 되지 못한 분들이 많다”며 “유공자가 아니라도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독립운동가라고 해도 타당하다. 나혜석도 그런 경우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단체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역사적 인물에 대해 판단할 때 객관적 요소와 시민들의 정서적인 요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수원시 관계자는 “삭제 결정에 대해 섣불리 판단했다고 생각했고, 국가보훈부의 독립유공자 명단만으로 독립운동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부족하다고 봤다”면서 “역사와 관련한 학회 및 전문가 등에게 자문할 예정이고,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는 해당 내용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