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건축비 상승 등 맞물려
서민 주거불안정 대책 마련 필요


인천지역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착공 물량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6일 국토교통부의 '주택유형별 주택건설 착공실적'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천의 신축 빌라 착공 물량은 830가구로 나타났다. 2022년 착공 물량(2천156가구)보다 61.5% 급감했다. 지난해 8월과 12월에는 새로 공사에 들어간 빌라 물량이 0가구를 기록하는 등 착공 실적이 저조했다.

인천의 빌라 착공 물량은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연평균 2천가구를 넘길 만큼 활발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이를 대체할 주거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22년 인천 미추홀구를 중심으로 벌어진 전세사기 피해와 건축 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빌라 공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미추홀구와 남동구, 부평구 등 원도심은 물론 서구와 영종도 등 신축 빌라가 꾸준히 공급됐던 지역의 빌라 수요도 급감했다. 시세 산정 기준이 불명확한 탓에 전세사기 위험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신축 빌라를 찾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김영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천시지부장은 "빌라는 매매와 전세 수요 모두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는커녕 문의 자체가 끊겼다"며 "구축 빌라뿐 아니라 신축 빌라에 대한 (전세사기) 피해 우려가 큰 영향"이라고 했다.

빌라를 시공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중소 건설사인 점도 착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착공 이전에 분양하는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건물이 완공된 이후 분양을 하는 구조라 집이 팔리지 않으면 공사 대금을 받을 수 없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가운데 건축 자재 가격까지 뛰면서 중소 건설업체들이 신축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은 비수도권 지역보다 수요가 많지만 2022년 상반기부터 빌라 착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도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은 침체기가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빌라 공급이 줄어들면 서민들의 주거 불안정성이 커지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빌라를 비롯한 비아파트 주거 건물의 공급을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전세사기 예방 등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과거에도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풀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며 "공급 활성화 이전에 빌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제도 안착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