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 주범인 속칭 ‘건축왕’ 남모(62)씨 등 일당을 범죄집단조직죄로 엄벌해달라고 피해자들이 촉구했다.
7일 오전 11시55분께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남씨가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직후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조시연씨는 “전세사기 사건이 벌어진 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경매에서 집이 낙찰돼 쫓겨나는 많은 이웃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재판에서 인정된 (전세) 계약자 외에도 앞서 계약한 피해자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책위에서 파악한 피해 가구는 총 2천753가구, 보증금 금액으로는 대략 2천억원에 달한다. 범행을 공모한 이들의 차등 형별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 안상미 위원장은 “10개월 동안 이어진 수많은 재판 기간에 가해자들은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탄원서를 받으러 다니는 등 끊임없이 기망했다. 법정 최고형은 15년에 불과하고, 공범 중에서 고작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도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대책위는 특히 남씨에 대한 재산만 추징됐는데 범죄단체조직죄를 확대 적용해 공범들의 재산도 추징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지금도 경매가 진행 중이어서 쫓겨나는 가구들이 있다”며 “피해자들이 하루빨리 삶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도와달라”고 말했다.
남씨 등은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191명에게서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이날 1심에서 각각 징역 4년~15년을 선고받았다.
남씨는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보조원)들을 고용하고, 이들 명의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본인이 소유한 주택의 중개를 전담하도록 했다. 이들은 불어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처지가 됐는데도 임차인들을 안심시키며 전세 계약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이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중 20~30대 청년이 잇따라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경찰과 검찰은 건축왕 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남씨 일당에 대한 사건을 추가로 송치하면서 범행 가담 정도를 고려해 남씨 등 18명에게 국내 전세사기 사건 중 처음으로 범죄집단조직 혐의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