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 탈락하면 ‘학교밖’ 대안 찾아야
“뽑기에 달린 현실… 늘봄 도입 의문”
인력·기준 없어 ‘선심성 정책’ 우려
정부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최장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봐주는 ‘늘봄학교’를 올해 2학기 전국 모든 학교에 도입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2월 7일자 7면 보도=“늘봄학교 누가 맡나” 경기도 학교현장 업무과중 반발), 경기지역 학부모들도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자리 잡을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늘봄학교의 한 갈래로 이미 진행 중인 초등돌봄교실조차 밀려드는 학생 수요를 학교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데, 돌봄과 방과후 수업을 묶은 늘봄교실에 필요한 인력과 공간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겠느냔 것이다.
지난달 25일 화성시 동탄의 A초등학교에서 1학년 입학생 상대로 초등돌봄교실 추첨 경쟁이 진행됐다. 학부모 신모씨는 맞벌이 부부 등 지원 자격을 갖춰 추첨에 참여했지만, 받아든 결과는 탈락. 신씨는 총 50명이 지원해 38명을 뽑는 추첨에서 떨어져 어쩔 수 없이 ‘학교 밖’ 수업 등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신씨는 “맞벌이 부부 특성상 학교의 돌봄이 절실한 상황인데 뽑기 하나로 탈락해 앞으로 자녀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돌봄교실 대신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후수업이라도 신청해 보려고 했지만 위탁업체 선정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4월 중에야 신청 가능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들었는데, 이런 현실에서 학교로부터 전달도 받지 못한 늘봄학교가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늘봄학교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못하는 건 매년 ‘학생 쏠림’이 거듭돼 희망 학생을 다 받지 못하는 초등돌봄교실의 연장선에 놓인 정책인 탓이다. 늘봄학교는 보통 오후돌봄 형태인 초등돌봄교실에 더해 아침돌봄과 방과후프로그램, 저녁돌봄(오후 8시까지)을 아우르는 돌봄·교육 통합형 체제다. 기존 교사·교실 등 인력과 공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과밀을 겪는 경기지역 신도시 학교 중심으로 이미 포화된 자원을 어떻게 늘봄에 활용할지 세부적인 방향성이 없다는 현장의 우려가 크다.
정미연(교사) 경기교사노조 정책기획국장은 “교육당국이 늘봄학교를 희망하는 모든 학생을 다 수용한다고 하는데, 이를 감당할 인력을 어떻게 구하고 유지할지 기준도, 내용도 없는 그저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다”며 “학교별 수요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정책만 추진하면 교육과 보육의 질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현장에서 늘봄학교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정책 시행 이후 상황별 대응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사전 수요조사를 한 결과 기존 초등돌봄교실에 수용될 학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방과후 프로그램 중심의 늘봄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학기 초에는 학교마다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현장의 우려를 줄일 수 있도록 문제상황별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