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801000098500008431

64년 만의 축구 아시안컵 우승이 물 건너갔다. 7일 새벽, 결승 진출을 확신하며 TV 앞에 모였던 '붉은 악마'들의 열기는 먹다 만 치킨과 함께 차갑게 식었다. 요르단을 결승을 위한 행운의 제물로 여겼다. 몸 풀린 대표팀이 예선 무승부 수모를 갚아줄 것이라 단정했다. 0대 2 완패. 요르단이 경기력으로 한국을 압도했다.

언론은 한국 대 요르단전을 카타르 참사로 명명했다. 상처받은 국민 정서를 생각하면 참사, 비참하고 끔찍한 사건이 맞다. 예선부터 조짐이 있었다. 조 1위가 당연시됐던 피파랭킹 23위 한국은 87위 요르단과 130위 말레이시아와 비겨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와는 선제골을 내주고 고전하다가 연장전 끝에 승부차기와 역전골로 승리했다. 현지에서는 좀비축구라 했다. 찬사인 줄 착각했다. 지고 나니 조롱이었다.

'황금세대'라 했지만, 선발과 예비 자원의 격차에 문제가 있었다. 선발 선수를 혹사하는 구조에 구멍이 나면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두 번의 연장 경기를 포함해 전 경기에 출전한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김민재가 결장하니 수비가 무너졌다. 간판스타들이 무너지자 허세 가득한 랭킹의 실상이 드러났다.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의 아시안컵 개막 전 인터뷰가 화제다. "이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승해 버리면 그 결과를 가지고 얼마나 우려먹겠느냐"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번에 우승하면 안된다"고 했다. 한국 축구가 단단히 병든 상태라는 지적이, 호화판 엔트리에 꽂힌 집단적 희망에 묻혔다. 근거 없는 희망은 무너졌고 경고는 경종이 됐다.

비단 축구뿐일까. 부산엑스포 유치가 가능하다는 허세 보고에 끌려다니다가 대통령이 실없는 사람이 됐다. 북한의 핵폭탄에 수다로 맞선다. 선거철 허세, 허언은 어떤가. 정부 여당은 수십조원 사업들을 쏟아내고, 야당 의원들은 대표가 거듭 머리 숙여 사과한 비례대표 선거방식을 "고뇌의 결단"이라 떠받든다. 중소기업이 없는 대기업 경제이고, 미래 한국의 인구는 고갈 중이다.

명과 실의 부정교합이 심각한 허세 공화국이다. 손웅정식 표현대로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선진국이 된 나라'인 셈이다. 실없는 사람들, 실속 없는 민생에 지친 국민이다. 황금세대의 허명이 드러난 카타르 참사가 아리고 시린 이유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