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서민 삶 송두리째 앗아"

사기죄 등 선고·115억 추징명령
공인중개사 등 9명에 4~13년형
형량에 '개정 입법' 필요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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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의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속칭 '건축왕' 남모(62)씨가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7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또 범죄 수익 115억원 추징을 명령했다. 남씨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동산 공인중개사 등 9명에게는 각각 징역 4~13년을 선고하고, 불구속 피고인을 모두 법정구속했다.

오 판사는 "많은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마음의 고통을 가졌다"고 말하며 판결문 낭독을 시작했다.

그는 "먹는 것, 입는 것과 더불어 인간 생존에 필요한 가장 기본 조건인 집에서 평온하게 거주할 권리는 천부인권에 해당한다"며 "피고인 남씨는 스스로 탐욕에 따라 피해를 준 부분에 무거운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식주 중 주거를 침탈한 중대한 범죄로 피해자 4명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며 "법정에 100여 명의 피해자를 소환해 또 다른 고통을 주고도 정부가 피해를 구제할 테니 기다리라는 최후진술로 변제를 국가 책임으로 떠넘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엄벌을 촉구하고 있고,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거의 하지 않았다"며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노인과 같은 경제적으로 곤궁한 이들을 상대로 범행해 그 동기나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 판사는 형을 정하면서 이례적으로 사기죄 형량에 대한 개정 입법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현행법상 사기죄 최대 형량은 10년이고, 경합범 가중을 하더라도 징역 15년 이하로 정해 더 높은 형을 선고할 권한이 없다"며 "인간 생존을 위한 주거생활 안정을 파괴하고,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오 판사는 지난해 4월부터 재판을 진행하면서 법정에서 들었던 청년, 노인 등 여러 피해자들의 사연도 전했다. 그는 "한 증인은 70세까지 모은 돈을 다 잃었다고 진술했다. 21세의 어린 나이에 5천만원의 빚을 진 사람도 있다"며 "채무는 피해자들의 재정 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막대하다"고 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의자 일당 선고일 피해대책위원회 기자회견4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의자 남모씨 일당에 대한 1심 선고일인 7일 오후 인천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법정을 가득 채운 피해자들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남씨는 고개를 숙인 채 판결을 들었다. 법정구속된 일부 피고인은 "집에 아이가 있다" "시간을 달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 재판은 지난해 4월5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약 10개월간 이어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만 100여 명에 달하며 50차례 넘게 공판이 열렸다. 남씨는 재판과정에서 보석을 신청하거나 법관 기피 신청도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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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