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스포츠맨십 극찬인데…
경기마다 전술·전략보다 관중모드
색깔·공감 부재 '종이호랑이' 기여
몇몇 선수에 의존 더 큰 논란 자처
외신 '구경만'… 협회 결과 통감을


김헌수-전략인재연구원대표.jpg
김헌수 전략인재연구원장·교수
설 명절로 차례상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온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잘 보냈으리라 생각된다. 1월12일부터 시작된 아시안컵의 소식은 연일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으나, 아쉽게도 석연치 않은 결과로 결승에 이르지 못하고 4강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매 순간 우리 대표 선수들은 시합에 임할 때 "힘들다라는 말은 변명일뿐"이라며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불타는 의지가 명절 내내 큰 대화 주제였다.

이 대회는 대륙간 국가대항전인 아시아 최고의 축구 국가대표팀을 결정하는 대회로 유럽축구연맹이나 남미축구연맹과 같은 대회와 비교될 만큼, 아시아 축구의 중심이자 아시아인 모두의 자부심이다. 하지만 금번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가십이 많았다. 감독이 매 시합에 임하는 자세가 전술이나 전략을 펼치려는 것보다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관중으로 온 사람과 거의 유사한 자태에 온 국민의 공분을 쌓았다.

반해 아시안컵의 호주전은 잊을 수 없다. 이미 16강전에서 체력 소진을 다한 한국대표팀에겐 8강전이야 말로 체력으로 크게 앞서는 호주가 거의 절대적으로 우세함은 물론 세계 주요 축구 통계 Opta도 '한국이 47.3%, 호주 52.7%, 한국이 못 이긴다'고까지 했다.

시합시간이 점차 흐르고 종료 1분 전, 한국선수들은 더 빠른 템포로 호주를 밀어붙이기 시작하면서 골대 앞에서 손흥민 선수에게 내준 PK 덕에 승부는 극적으로 동점에 이어 반전이 일어난다. 종료 직전 중앙에서 김영권이 이재성에게 패스하고, 이재성은 공을 다시 이강인 앞으로 툭 치면서 오른쪽의 설영우는 상대 수비수를 유인했고, 그 공간으로 손흥민이 침투하자 이강인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손흥민의 발앞에 정확하게 볼을 배달하면서다. 손흥민이 볼을 잡자 주변에 호주 수비수 6명은 손흥민을 철저히 에워싸며 손흥민이 절대 슈팅을 할 수 없도록 하자 손흥민은 방향을 터닝하고 이 6명의 수비수를 따돌리며 돌파해 들어갔는데 루이스 밀러가 손흥민의 발을 걸어 PK 선언이 되고 말았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손흥민에게 PK를 준 호주 수비수 루이스 밀러의 인터뷰가 전 세계인에게 눈길을 끈다. 당시 "모두가 지쳐 극한 상황일 때, 쏘니만큼은 달랐어요"라고 손흥민을 상대한 호주 선수의 인터뷰 중에 나온 내용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팬들에게 아주 쇼킹한 뉴스로 대서특필됐다. 특히 후반 승리를 거의 눈앞에 둔 경기를 뒤집히게 만들며 호주 국민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던 바로 그 선수가 한 얘기다.

더불어 8강전 종료 후 손흥민이 보인 매너에 전 세계인이 감동했다. 패배에 실망한 호주의 감독과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다 찾아가 포옹과 위로를 해 주었으며, 120분의 연장전을 마친 후 극한 피로를 무릅쓰고 경기장 전체를 한 바퀴 돌며 한국 팬들뿐만 아닌 호주 팬들에게까지 펼친 훌륭한 팬서비스야말로 Son's Sportsmanship이다. 이는 온 국민의 자긍심이었으며, 세계 축구계는 이러한 매너에 아주 큰 극찬을 보냈다. '선수는 월클'인데 '감독은 구경꾼' 같다.

실예로 지난 7일 요르단전의 패배 이후 축구 대표님 주장 손흥민은 축구 팬들에게 "저희들 실수로 경기가 이렇게 마무리돼 죄송하다. 너무 아쉽다"라고 한 말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오히려 더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최선을 다한 대표선수 여러분! 정말로 애 많이 쓰셨다고.

패인 관련 국내외 전문가들은 감독이 제 상황에 지략과 전략이 실제하게 했어야 하나 부재했다는 원인분석이 쏟아졌다.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없는 게 더 많았다. 전술과 색깔, 공감 능력과 리더십 등. 그동안 아시아 호랑이를 '종이 호랑이'로 만드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는 생각밖에 없다.

감독은 팀을 이끄는 주요 인물로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승리를 이끌어 내는 데 진력을 다 해야 한다. 몇몇 선수만 의존하는 자세는 더 큰 논란을 자초했고 비난이 빗발친다. 외신은 '감독이 경기 구경만 한다'는 혹평도 했다. 협회는 이러한 결과를 통감해야 한다.

/김헌수 전략인재연구원장·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