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일 처음 폐쇄공장 작업 투입
송기·방독 아닌 일회용 마스크 착용
안전관리자는 당시 잠시 자리 비워

인천 현대제철 공장 폐기물 수조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명이 숨지고 함께 작업하던 6명이 크게 다친 사고(2월8일자 6면 보도=현대제철 유독가스 사망사고 당시 근로자들은 일회용 마스크만 착용)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동구 현대제철에서 지난 6일 발생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A(34)씨와 중상자 2명 등 6명은 서울 소재 준설 업체 소속이다. 이들을 구조하려 현장에 들어갔다 경상을 입은 1명만 현대제철 직원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은 이 업체와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폐수처리장 저류조에 있는 찌꺼기(슬러지) 처리를 맡겼다. 이들이 작업한 곳은 지난해 9월 폐쇄된 공장으로, 이날 처음 작업에 투입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폐수처리장은 관련법상 '밀폐공간'으로 사업주가 정부의 안전 규정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 공간이다. 밀폐공간은 산소 농도가 18% 미만인 공간 등을 말한다. 사고 현장에도 '밀폐공간' 표시가 있었고 '질식위험공간, 관계자 외 출입금지' 안내 문구까지 있었다.
사업주는 안전관리자를 정해 노동자들이 이런 공간에서 작업하기 전 공기 상태를 측정해 산소 농도가 낮거나 유해가스가 존재할 경우 환기를 시켜야 한다. 유해가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거나 환기만으로 적정 공기를 유지하기 힘들 때는 노동자들이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등 호흡용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현대제철은 이런 위험 업무를 도급해 외주화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 중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이 있는 물질을 취급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을 도급하려는 경우에는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승인에 필요한 서류는 도급작업 안전보건관리계획서, 안전·보건에 관한 평가 결과, 도급 대상 작업의 공정 관련 서류 등이다.
현대제철은 이 서류들을 모두 제출해 도급 작업을 승인받았다. 고용노동부도 서류 검토 시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문제가 없다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사측의 안전 작업 허가서에 기재된 것과 달리 관련법상 적절한 보호구인 송기마스크나 방독마스크가 아닌 일회용 방진 마스크를 쓰고 작업했다.
사고 당시 현장은 이를 지적할 만한 현대제철 소속 안전관리자와 도급사 소속 안전관리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는 "폐기물처리시설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유독가스다. 만일을 대비해서라도 반드시 방독면 등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며 "작업 전 유독가스가 있는지 측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관리하는 안전관리자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노동당국은 사고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뒤 원청과 하청에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안전보건조치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유족을 최대한 지원하는 등 사고 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관련 기관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고 있다.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자세한 말을 하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는 지난 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청은 현대제철 사망 재해를 철저하게 진상조사하고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 관련기사 (중대재해사고까지… 현대제철 '사면초가')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