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교대 연구팀 타당성 결과


재학생 학부모 76% '바람직 않다'
자녀 성별에 따라 답변 갈리기도

증축 공사로 인한 소음공해 '과제'
2026년부터 실행·별도 결정위 제언

인천 남동구 서창동 도림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와 관련해 타당성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남녀공학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이 인천시교육청 의뢰로 진행한 '도림고 남녀공학 전환 타당성 연구' 결과를 보면, 찬성 측과 반대 측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학부모·학생·주민 반응 엇갈리는 남녀공학 전환


연구진은 교원 127명, 학부모 784명, 학생 292명, 주민 266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먼저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도림고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 교원이 92명(72.4%)으로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교원(35명·27.6%)보다 많았다. 세부적으로 도림고에 재직 중인 교원은 50명 중 5명만이, 타 학교 교원은 77명 중 30명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학부모의 경우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에 따라 답변의 차이가 나타났다. 자녀가 도림고에 재학 중인 학부모들은 121명 중 92명(76%)이 '바람직하지 않다'를 선택했다. 반면 자녀가 초등학교(442명)와 중학교(221명)에 다니는 학부모들은 각각 313명(70.8%), 142명(64.3%)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자녀의 성별에 따라서는 남학생인 경우 전체의 67.9%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지만, 여학생인 경우 '바람직하다'고 답한 비율이 90.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진은 "도림고 남녀공학 전환을 위한 타당성 판단 기준으로 '도림고 구성원 의견' '학부모 의견' '학생 의견'을 제시해 설문한 결과, 모든 판단 기준의 중요도가 높게 나타났다"며 "어느 한쪽의 의견을 중심으로 타당성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도림고 구성원, 학부모, 학생 모두의 의견을 청취하고 분석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학생 선택권 확대 VS 학습권 침해…"위원회가 결정해야"


이번 연구에서는 남녀공학 전환 시 나타날 수 있는 긍정·부정적 현상도 정리됐다.

긍정적 현상으로는 여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고, 여학생이 가까운 학교가 없어 타 지역으로 이사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부정적 측면으로는 건물 증축 공사로 인해 학습권·안전권이 침해되고, 도림고 남학생들의 내신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됐다.

도림고 남녀공학 전환 요구는 서창동에서 초등·중학생 딸을 키우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서창동에는 여고가 없어 만월중·서창중을 졸업하는 여학생들은 장거리 통학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게 민원의 핵심이다. 현재까지 인천에서 단성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된 사례는 없다.

연구진은 도림고의 남녀공학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환 결정 위원회'가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는 제언을 남겼다.

연구진은 단성고등학교가 많은 인천지역 특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이런 논의가 반복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봤다. 남녀공학 전환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문제의 대표자들이 모여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 주장이다.

연구진은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결정 기준이나 절차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녀공학 전환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타 시도 사례를 분석했을 때, 해당 학교의 과반수 찬성이 남녀공학 전환의 중요한 기준점이 됐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남녀공학 전환이 결정될 것을 가정하더라도 전환 시기는 (예산 확보, 조례 제정 등의 절차를 거쳐) 2026년 이후가 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서창동을 지역구로 둔 인천시의회 한민수(국·남동구5) 의원은 "올해 인천시교육청 추가경정예산으로 75억원 정도의 증축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교육청이 건물 증축 공사로 인한 학습권·안전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학생들의 불편을 줄일 방안을 최대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