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세계문자박물관서 23일 행사
우리나라 차자표기 본격연구 의의

훈민정음 창제 이전에도 우리의 문자가 있었을까.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한자를 빌려 문자를 만든 고려·거란·여진 등 동아시아의 '한자 변용 문자'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구결학회와 공동으로 오는 23일 오후 1시 박물관 강당에서 '동아시아 한자 변용 문자 학술대회'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한자 변용 문자란 중국어와는 다른 자국의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한자의 자형 또는 음성적·의미적 기능을 변형해 새롭게 만든 문자다. 우리나라에선 삼국시대부터 쓰인 이두와 향찰, 조선 초기 가장 많이 쓰인 구결이 대표적이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이전에도 한자를 이용한 우리 문자가 있었던 것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문자사 관점에서 이두, 향찰, 구결 등 우리 차자 표기를 새롭게 돌아본다는 취지로 이번 학술대회를 마련했다. 또 한자를 변용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사용한 거란, 여진 등 다른 동아시아 문자를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살필 예정이다. 한자 변용이란 거시적 관점에서 다른 문화권과 우리나라 차자 표기를 비교하는 연구는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진 바 없어 이번 학술대회의 의의가 크다는 게 박물관 설명이다.

학술대회 1부는 '여진 문자 비석문과 관련 연구사'(손백군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 '요나라 글쓰기의 혁신과 연속성: 거란어 및 거란문자'(앤드류 시무넥 솔브릿지 국제경영대 교수)를 주제로 중국 북방 한자계 문자인 여진 문자와 거란 문자에 대해 분석한다.

2부는 '중국 출토 문자 자료에 보이는 구어투 서사: 구결의 형성 관련'(김병준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차자 표기의 문자론적 접근'(이용 서울시립대 자유융합대학 교수)을 주제로 우리나라 한자 변용 문자를 논의한다. 주제 발표 이후 종합토론에서는 동아시아 문자발달사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 추후 연구 과제를 토론할 계획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김성헌 관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보편적 문자사 관점에서 우리 차자 표기를 새롭게 돌아보고, 동아시아 문자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