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직업훈련 수용자 성차별
남성은 3D프린팅 등 100여개 교육
여성, 애견미용·제과제빵 등 15개 고작
"남녀 일 분리 시대착오적 고정관념"
"여성 수용자가 배울 수 있는 건 음식조리, 제과제빵, 피부미용뿐이에요. 솔직히 여기서 배운 기술로 취직하긴 어렵죠."(수용자·출소자 인권단체 '해바라기회' 관계자)
법무부 산하 전국 35개 교정시설(교도소, 구치소 등)이 운영 중인 직업능력개발훈련(이하 직업훈련)에서 여성 수용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 수용자와 달리 여성 수용자를 위한 직업훈련 교육이 식품 조리·가공, 미용, 공예, 의류 등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과 남성의 직업이 따로 있다는 시대착오적 고정관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교정시설들은 수용자가 출소한 뒤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하고 있는데, 남성과 여성 수용자가 받을 수 있는 교육이 다르다.
남성 수용자는 웹툰, 광고 디자인 등 예술분야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3D프린팅 기계설계, 정보통신 운용 등 100여개 분야의 다양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여성 수용자들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이런 분야의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올해 여성 수용자를 대상으로 개설된 수업은 피부·애견미용, 음식 조리, 헤어·의상 디자인, 제과·제빵, 화훼장식, 바리스타, 손뜨개·한지 공예, 양장 등 15개뿐이다.
이에 대해 수용자·출소자 인권단체 '해바라기회' 관계자는 "여성 수용자의 학력 수준도 올라가고 나이도 어려지는 추세인데, 전통적으로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분야의 훈련만 제공되고 있다"며 "여성 수용자가 직업훈련에서 배운 내용으로 재취업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수용자들 사이에선 직업훈련은 출소 후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라기보다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취미활동이나 가석방을 위해 점수를 얻기 위한 용도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교도소연구소 금용명 소장도 "현재 여성 수용자의 직업훈련은 대부분 저임금·미숙련 노동이거나, 현재 노동시장에서 크게 수요가 없는 분야에 치우쳐 있어 직업훈련에서 익힌 기술로 출소자가 취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동시장의 변화와 여성 수용자들의 수요에 따라 직업훈련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교정시설들은 여성 수용자를 위한 공간, 예산 등이 부족해 가장 수요가 많은 수업부터 개설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내 유일한 여성전용 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 관계자는 "최근에 컴퓨터, 정보처리, 에너지 등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 분야에 취업하기 위한 교육을 원하는 여성 수용자가 늘고 있다"면서도 "여성 수용자는 남성 수용자보다 수가 적은 데다 청주여자교도소를 제외하면 사실상 훈련을 진행할 공간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수용자의 경우 직업훈련이 재범을 막는 데 효과가 크다며 직업훈련 과목을 다양하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서대학교 사회안전학과 백일홍 외래교수는 "여성 범죄자는 남성에 비해 초범이고 재산범죄를 저지른 비율이 높으며 대다수가 생활수준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보통 경제적인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는 여성 수용자는 출소 후 경제적 기반만 마련된다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교정시설 내부에 인프라가 부족하다면 원격수업을 진행하거나 지역사회의 교육시설을 이용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현실적인 직업훈련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