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1986년부터 6년간 진행된 '막시재판'(Maxiprocesso·대재판)을 통해 마피아 조직원 338명에게 총 2천66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불똥이 정치판에도 튀었다. 재판 직후 마피아와 연루된 부정부패 척결에 나선 결과가 가관이었다. 국회의원 25%가 마피아와 연루된 부패 혐의로 투옥되면서, 이탈리아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기독교민주당이 해체됐다.
정계개편까지 촉발한 마피아 소탕전이었지만, 이탈리아는 여전히 마피아와 내전 중이다. 지난해 11월 2차 막시재판이 열렸다. 207명에게 총 2천150년의 형량이 선고됐다. 이 중에 11년형을 받은 전 상원의원도 포함됐다. 별명이 마피아 해결사다. 범죄 조직에 잠식당한 이탈리아 정치의 몰골은 초라하다.
선량(善良)의 사전적 의미는 '행실이나 성질이 착함'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 뽑혀야 국회의원이다 해서, 국회의원 별칭이 선량이다. 낭만주먹 김두한이 선량이 됐던 시절도 있었고, 반독재 투쟁 전과에 관대했던 시대도 있었다. 그래도 오랜 세월 명징했던 선량의 기준으로 죄 짓고는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는 국민적 묵계가 있었다. 파렴치한 범죄자의 국회 진입을 막은 덕에 욕을 먹을지언정 이탈리아처럼 바닥을 치진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과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이 명분인데, 민주당이 손사래치자 "예전의 조국으로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며 독자노선을 고수한다. 다리를 불사른 것은 조국이 아니라 2심까지 유죄를 판결한 법원이었다.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둔 피고인 조국의 명분은 비루하다.
유동규도 인천계양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이 방탄조끼를 입는 꼴을 못 보겠다"는 출마 명분을 요약하면 '타도 이재명'이다. 대장동 비리 피고인으로 재판 중인 민주당 이 대표를 법정이 아니라 선거판에서 저격하겠다는 명분은 코미디다. 피고인 대 피고인의 총선 난투극, 유권자에겐 초현실적인 대진표일 테다. 돈봉투 살포 혐의자 송영길이 구치소에서 '검찰해체당'을 창당하는 블랙 코미디는 어떤가.
국민의힘의 이재명 사법 리스크 프레임에 민주당은 검사 독재 청산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여기에 조국 피고인과 송영길 피의자가 끼어들고, 유동규가 샅바를 매고 나선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해괴망측한 총선 풍경이다. 낯설고 불편하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