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항공사서 '경쟁력 악화' 우려

노선 이관·항공기 대여 등 검토중
결합땐 '인천공항 허브화' 큰 도움
자회사 '통합LCC' 본사이전 관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합병 EU 조건부 승인
14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앞을 지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전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2024.2.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3년여간 이어진 양사의 통합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한항공은 EC가 내건 조건을 이행하면서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한 행정 절차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역사회에선 양사 합병으로 탄생하게 될 통합 저비용항공사(LCC)의 본사를 인천에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남은 절차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겨 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받았다.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인 미국 경쟁당국도 EC처럼 일부 여객 노선 경쟁 제한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미주 항로를 운영 중인 LCC 에어프레미아에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노선 이관을 추진 중이며, 항공기 대여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경쟁당국은 기업 간 결합을 직접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소송이 진행될 경우 EC보다 훨씬 더 까다로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미국 법무부가 경쟁 제한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가 있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도 노선의 경쟁력 악화를 우려해 기업결합에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6월까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겠다는 목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유럽 4개 노선을 티웨이항공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초대형 항공사 탄생. 인천공항에 긍정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은 국내 거점 공항인 인천국제공항 허브화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공항 여객 점유율은 각각 23.2%, 14.6%다. 두 항공사가 항공기 좌석을 공유하면 인천공항을 통해 환승하는 여객들이 더 다양한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비슷한 시간대에 운항 중인 슬롯(공항 이착륙 허용 횟수) 일부를 다른 시간으로 옮기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국제선 독점 현상이 생겨 항공요금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항공운임 변경은 정부 승인을 받는 구조라 임의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초대형 통합 LCC 본사는 인천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출범하게 될 '통합 LCC'(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에도 관심이 쏠린다. 진에어는 대한항공 자회사이며, 에어서울·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이 통합하면 현재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보다 기체와 여객 등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3사의 인천공항 여객은 707만6천447명으로, 제주항공(539만7천874명)보다 많았다. 3사의 기체를 모두 합치면 55대로 제주항공(42대)보다 많다.

대한항공은 통합 LCC가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운항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부산지역 경제계와 정치권에서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통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통합 LCC 본사를 인천공항이 있는 인천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LCC 본사들은 김포공항 인근에 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송원 사무처장은 "LCC들이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중·장거리 노선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장이 있는 인천에 본사가 있어야 한다"며 "인천 경제계와 정치권에서도 통합 LCC 본사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