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서 "뼈깎는 심정…" 강조
'與 중진 험지 재배치' 대응 의도
문학진 "수치조작" 주장엔 '부인'
당내 일각선 "직접 전화는 부적절"

 

이재명 대표, 최고위원회의 발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2.14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4·10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당의 인적 쇄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 경기 광주을에 출마 준비 중인 문학진 전 의원 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 대표가 향후 공천과정에서 물갈이 폭이 커질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진행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떡잎이 져야 새 순이 자란다"며 "새 가지가 또 다른 가지 위해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적고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민주당이 우리 국민들의 희망이 되겠다. 뼈 깎는 심정으로 우리 안에 과거를 극복해 단결하고 통합을 통해 민주당의 역량을 하나로 묶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총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대표가 우회적으로 이른바 '올드보이·운동권 청산' 등을 강조하는 데는 국민의힘의 중진 험지 재배치에 대한 인적 쇄신 분위기에 밀리지 않으려는 의지로도 읽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출마 예정자들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문학진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선의 농간에 흔들리는 당"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지난달 27일 이 대표의 전화를 받아 '형님이 (적합도 조사에서) 꼴찌했다'고 말을 들었다"며 "나이 등을 이유로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규백 전략공천위원장에게 연락해 당에서 해당 조사를 실시한 적 있느냐고 묻자 '없다. 그럼 경기도가?' 라고 했다. 친위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고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공식 조사 결과다. 그 분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신 건지 과민하다"며 "그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은 경인일보에 "쇄신 의지는 알겠으나 지역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사람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결과까지 전달하는 것은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는 공당에서 경쟁을 애초부터 배제하겠다는 것처럼 보여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공천 작업이 진행 중인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5일 오전 공천 경쟁이 상대적으로 낮은 '험지' 등 일부 경선 선거구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