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만난 한 고위공직자는 "일부 공약을 보면 예산만 수조원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이같이 꼬집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수원역~성균관대 구간, 서울 영등포역~용산역 구간, 대전역 인근 등을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부 부지 통합 개발로 여가·문화 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철도, 광역급행철도(GTX), 도시철도 도심 구간을 모두 지하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철도 지하화와 상부개발을 함께 진행해 지역 내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라고 한다.
철도 지하화는 지난 수십년간 선거의 단골 공약이었지만, 천문학적 사업비를 충당할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추진에 이르지 못했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총선에서도 여야가 유권자 마음 잡기에 혈안이 돼 실현 가능성 없는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고위공직자는 "요즘 이야기 나오는 철도 지하화 공약 중 일부 구간은 십여 년 전에도 전문가들과 여러 방안을 모색했었지만, 타당성 조사는커녕 초기 단계에서 검토만 하다가 끝났었다"면서 "공약을 발표하는 후보나 당 차원에서 제대로 검토는 해보고 추진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야의 철도 지하화 공약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집값이 꿈틀대고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민심 잡기에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사업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하는 현실이다. 현실성 없는 마구잡이식 선심성 공약과 희망고문은 정치인은 물론 정당의 신뢰 하락이란 부작용만 남길 뿐이다. 철도 지하화 공약이 총선 이후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그런 공약으로 남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이상훈 사회부 차장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