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답 그림책… 일상 속 사유 선사


■ 메멘과 모리┃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김영사 펴냄. 136쪽. 1만5천800원

메멘과 모리
'쨍그랑'. 접시가 깨졌다. 남동생 '모리'는 울면서 누나 '메멘'에게 달려가 사과한다. "미안… 누나가 만든 접시를 깨뜨렸어…" 접시는 세상에서 하나뿐이다.

이어진 메멘의 답변. "괜찮아. 어떤 것이든 언젠가는 깨지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하는 거야. '줄곧 거기에 놓여 있는' 것보다 '함께 뭔가를 한' 것이 더 중요하잖아?" 귀여운 그림체 사이로 두 어린이가 선문답을 펼친다.

일본의 유명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요시타케 신스케의 신작 '메멘과 모리'는 이성적인 누나 메멘과 감성적인 동생 모리가 나누는 삶에 관한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세 가지 이야기를 그린다. 감성적인 사람을 대표하는 모리가 혼란스러운 듯 세상에 대해 질문하면, 이성적인 사람을 대표하는 메멘은 차분하게 답을 들려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그림책 속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가장 중요한 건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답 없는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당신은 어떤 지금을 보내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하며 위로를 건넨다.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그림책 속 캐릭터들은 영화를 보거나 눈사람을 만드는 등 사소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그 속에서 의미를 포착해 독자에게 넌지시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