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유통 퇴적물 악취해결…
철새도래지 야생보호구역 지정"
市 "확정아냐… 대체지 등 모색"

인천시가 미추홀구 학익유수지를 매립하고 대체유수지를 조성하는 사업의 타당성 검토 절차에 착수하자 환경단체들과 주민들이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익유수지에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만큼 매립이 아닌 바닷물 유통으로 악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이들 요구다.

학익유수지는 퇴적물로 인해 악취 문제가 심각한데, 예산 부족 탓에 대규모 준설이 어려운 상태. 인천시 입장에선 '대규모 준설' '매립 후 대체유수지 조성' 둘 다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인천 환경단체들과 미추홀구 6개동 주민자치회 등 24개 단체는 15일 성명을 내고 "생태적 가치가 높은 학익유수지(학익 용현갯골)를 매립하고 복합문화·체육시설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또 학익유수지를 야생보호구역이나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는 '학익유수지 매립 및 대체유수지 조성 타당성 검토 용역' 절차를 밟고 있다. 학익유수지에 퇴적물이 쌓여 악취 민원이 제기되고 방재 기능도 약화됐기 때문이다. 대대적으로 퇴적물 준설사업을 시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예산 부족 탓에 충분한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 공간인 학익유수지를 매립해선 안 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 깃대종인 저어새를 포함해 매, 흰목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멸종위기 철새들이 학익유수지를 찾는다.

시민단체 모니터링 결과 지난해 저어새 59마리가 학익유수지를 찾았다. 남동유수지에서 번식하는 저어새들에게 학익유수지는 중요한 먹이 공간이다. 학익유수지는 남동유수지와 인접한 데다 수우렁이, 빨강기수우렁이, 따개비 등 갯벌생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가톨릭환경연대 김보경 사무국장은 "철새이동경로 사무국을 두고 있는 인천이 국제적 철새 도래지인 학익유수지를 메우려는 것은 모순"이라며 "해수 유통을 1회에서 2회로 늘리는 방안 등을 통해 악취를 해소할 수 있다. 매립이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인천시는 학익유수지 매립이 확정된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인천시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학익유수지 수질을 개선하고 방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유수지 매립과 대체유수지 조성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라며 "검토 과정에서 주민·전문가·환경단체 등과 충분히 협의하고, 학익유수지의 생태적 가치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